화학주들이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0일 약세를 나타냈다. 2분기가 실적 고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차익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OCI는 이날 2분기 영업이익이 1780억85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6258억5500만원, 당기순이익은 1544억8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FN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인 매출액 6131억원, 영업이익 1600억원, 순이익 1278억원을 웃도는 실적이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후에도 OCI 주가는 내림세를 보이며 3.00% 하락 마감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LG화학 역시 코스피 지수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LG화학은 2차전지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8일 연속 강세를 보였지만, 막상 실적 발표날이 되자 1.23%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화학회사인 타이탄 인수 소식 이후 주가가 치솟던 호남석유화학도 전날 장 마감 후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은 이후 사흘만에 하락반전해 2.44% 약세를 기록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화학주를 동반 순매도했다. 이날 각각 159억원, 173억원 어치를 팔았다. 코스콤 잠정집계에 따르면 OCI와 호남석유는 대금기준으로 이날 기관외국인 순매도 합계 상위 9위와 11위에 각각 올랐다.

상승률 좋았던 화학주 이젠 '차익실현'

전문가들은 화학주들이 환율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강세를 보였지만, 실적 발표 후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화학주에 실적개선 모멘텀이 작용해왔기 때문에 실적 발표 후 일정부분 이익실현 물량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코스피 화학업종 지수는 지난 7일부터 강세를 보이며 최근 10거래일 동안 6.6%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3.7%)을 웃돌았다.

하반기에는 중동, 중국 증설 물량 부담이 있기 때문에, 2분기가 실적 고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두달간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여왔다"며 "2분기보다는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이익이 줄기 전에 이익실현을 하자는 욕구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 2차전지·폴리실리콘 부문 '굿'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미치는 영향은 기업별로 다를 것이라며 그보다는 다른 사업부문 성장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김재중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쪽에서 추가 계약이 기대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LG화학은 중대형 전지 및 LCD 글라스의 가세 등으로 인해 화학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편광판과 2차전지 등이 실적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OCI는 주력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반등에 나서면서 3분기 환율하락을 감안해도 실적이 2분기대비 선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상희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는 환율상승 효과 덕분에 실적이 크게 호전됐지만,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서고 있는 것에 힘입어 3분기에도 큰 실적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