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인들의 경기관이 어두워지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고용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데다 소비 회복이 지연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시장도 정부의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지난달 말로 끝나면서 다시 위축될 조짐을 보인다.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소진돼 미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경우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고민하고 있다.

◆경기 회의론 확산

19일 CNBC가 조사전문기관 알릭스파트너스의 설문조사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소비 등 삶의 질이 2013년 중반에 가서야 위기 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작년 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2012년 11월께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만큼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조사 대상자 10명 중 7명은 '작년에 비해 개인 경제 상황이 비슷하거나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구매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83%에 달했다.

미국인들의 신중한 소비 행태는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한 데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계의 최대 관심사로 디레버리지(부채 축소)를 꼽은 응답자 비중은 20%로 작년 11월 조사 때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이날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발표에 따르면 7월 주택건설업 체감경기지수는 14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수정치(16)보다 하락한 것으로,작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7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66.5로,전월(76)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FRB 역할론 부상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FRB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부담과 공화당의 반대로 연방정부가 추가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FRB가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로이터통신은 경기 악화시 FRB가 사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 재매입 △장기 국채 재매입 △제로금리 장기간 유지 △은행들에 대한 초과지급준비금 예치이자 지급 중단 △신규 대출창구 개설을 꼽았다. 로이터는 이 중 장기 국채 재매입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연 0.25%인 초과지준금 이자 지급을 중단해 은행 대출을 촉진시키거나 FRB의 은행 대출창구를 새로 개설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