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울시 교육감의 '깜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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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뒤 세간에는 이들이 정부나 현장과 좌충우돌 갈등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지난 19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깜짝 발표'를 보면 세간의 걱정이 허무맹랑한 기우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2학기부터 서울 지역 모든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했다. 현재는 각 학교가 '몇 ㎝짜리 회초리로 몇 대까지 때릴 수 있다'는 식의 규정을 만들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손바닥이나 등을 한 대 치거나 운동장에 벌을 세우는 등 모든 물리적 체벌이 신고 · 처벌 대상이 된다.
사실 체벌 금지는 곽 교육감의 선거 공약인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 못한 내용은 아니었다. 최근 일명 '오장풍' 교사의 폭행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이에 대한 대책 성격으로 앞당겨 발표된 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정부나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은 지적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뿐만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어느 누구와도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 다른 시 · 도 교육감과 협의한 것도 아니어서 서울과 지방 학생들은 체벌과 관련해 '비대칭 규제'를 받게 됐다.
당장 일선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라는 소리냐"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총은 "상의도 없이 논쟁을 불질러놓고 팔짱 끼고 즐기는 것 아니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교과부도 당황스런 기색이다.
선거 전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곽 교육감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교육은 전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진보와 보수에 관계없이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현장은 제 스승입니다. 현장에 가면 제 가슴이 뜁니다. 선생님,학부모,학생,관리자인 교장,공무원들과 대화를 자주 하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면서 실사구시적 해법을 찾겠습니다. " 지난 1일 곽 교육감 취임사는 이렇게 끝난다. 진보 단일후보에서 '모두의 교육감'으로 다시 태어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
서울시교육청은 올 2학기부터 서울 지역 모든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했다. 현재는 각 학교가 '몇 ㎝짜리 회초리로 몇 대까지 때릴 수 있다'는 식의 규정을 만들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손바닥이나 등을 한 대 치거나 운동장에 벌을 세우는 등 모든 물리적 체벌이 신고 · 처벌 대상이 된다.
사실 체벌 금지는 곽 교육감의 선거 공약인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 못한 내용은 아니었다. 최근 일명 '오장풍' 교사의 폭행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이에 대한 대책 성격으로 앞당겨 발표된 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정부나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은 지적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뿐만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어느 누구와도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 다른 시 · 도 교육감과 협의한 것도 아니어서 서울과 지방 학생들은 체벌과 관련해 '비대칭 규제'를 받게 됐다.
당장 일선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라는 소리냐"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총은 "상의도 없이 논쟁을 불질러놓고 팔짱 끼고 즐기는 것 아니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교과부도 당황스런 기색이다.
선거 전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곽 교육감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교육은 전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진보와 보수에 관계없이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현장은 제 스승입니다. 현장에 가면 제 가슴이 뜁니다. 선생님,학부모,학생,관리자인 교장,공무원들과 대화를 자주 하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면서 실사구시적 해법을 찾겠습니다. " 지난 1일 곽 교육감 취임사는 이렇게 끝난다. 진보 단일후보에서 '모두의 교육감'으로 다시 태어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