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에서 작은 디자인 소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5)는 올초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에게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하루 6시간씩 시급 4000원짜리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하는 걸 포기한 것이다. 대신 본인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종일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김씨는 "하루 매출 20만원 정도에서 원가와 임대료 관리비 등을 빼고 나면 6만~7만원 정도가 남는다"며 "여기에 시간당 4000원짜리 아르바이트 학생을 쓰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할 때는 사람을 쓸 때 가급적 최저임금을 지킨다는 원칙을 세웠는데,2003년에는 2510원이던 최저임금이 작년 4000원까지 치솟았다"며 "경기도 나쁜 데다 임대료도 올라 사람을 쓸 여력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옥죄는 것 중 하나는 가파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이다. 2000년 초 시간당 160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4110원으로 10년 새 160%나 올랐다.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36%)의 다섯 배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초 내년도 최저임금을 4320원으로 5.1%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이 수준의 임금상승 폭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김씨처럼 사람을 쓰지 않는 것이다. 가족들이 무급으로 일손을 돕게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을 어기고 더 싼값에 일할 학생이나 고령자 혹은 조선족 등을 불법 고용하는 것이다. 취업비자가 없는 조선족을 불법 고용했다가 단속에 걸리면 한 달 이상 영업정지 등을 받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모두 지급할 여력은 없고 가게를 계속 운영하려는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고용을 선택한다.

서울 신수동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씨(60)는 "번듯한 큰 업체들과 달리 조그만 구멍가게들은 최저임금 국민연금 4대보험 등 정부가 지키라는 것을 다 지키고 사람을 쓸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해 멀쩡한 자영업자들을 불법으로 내몰기보다 지킬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