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빚 문제가 "매우 심각하거나,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임대아파트 건설에 대한 지원이나 사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LH에 공적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국가부도 사태 우려

한국경제신문은 20일 국토해양위 소속 국회의원 32명 중 19명을 대상으로 LH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에서 1명을 뺀 18명 모두가 LH 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하거나 다소 심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빚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방치하면 국가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응답도 8명이나 됐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계획된 국책사업을 예정대로 밀어붙이면 그리스 같은 재정위기가 불가피하다"며 "LH는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주고,정부는 하루 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사업 규모 축소해야

방식은 다르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외부 지원에 앞서 LH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19명 가운데 8명이 가장 우선순위로 실행할 대책으로 LH의 자체 구조조정을 꼽았다. 또 택지개발과 임대아파트 건설 등 정부 정책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임대아파트 건설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4명씩 나왔다.

LH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 대해선 대다수가 부정적이었다.

12명이 반대 의견을 낸 반면 2명만이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어차피 정부 예산으로 돌려막기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 등 LH가 보유 중인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선 찬성 의견(7명)이 반대(5명)를 앞섰다. 찬성 의견을 낸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정책 때문에 생긴 빚을 LH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할 수는 없는 만큼 자산유동화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사업으로 생긴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은 공사법 개정안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7명이 찬성 의견을 낸 반면 8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LH는 올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신용을 보강해주면 채권발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백지화 지역 대책 마련해야

현재 LH가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 중인 414개 사업지구를 축소할 경우 피해를 보는 지역 원주민에 대해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전체 응답자 중 11명은 당국이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권했다. 그러나 피해에 대해 직접 자금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응답자 중 2명만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 찬성했다.

◆임대주택 등 건설 의견 엇갈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민원성 사업을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주관식 질문엔 전여옥 의원 1명만 대답했다. 전 의원은 "제도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앞으로 국회와 국민이 견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정부 정책 사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타당성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기서 신규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 중복되거나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의 건설 규모 축소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아직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부족하고 1~2인 세대도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을 계속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민간 분양시장이 고사 직전에 있다"며 "공급시기를 조절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국토해양위원장)도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중대형아파트는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조성근/이준혁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