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증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가 어느새 잊혀진 기업, '올드보이'(OB)들이 잇따라 재부상하고 있다. 변화 무쌍한 국내 증시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을 선점한 오스템임플란트, 지난해 6년만에 증시로 돌아온 진로 등이 주인공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외국인 투자자들의 오스템임플란트 보유지분율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21일 6.44%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9.47%까지 확대된 것. 지난 6일에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외국계 금융투자사 피델리티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5.27%(74만7980주)를 보유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의 '사자'에 힘입어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극에 달했던 지난 5월 25일 876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전일 1만2750원으로 두달 만에 45% 올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의 '스타' 기업 중 하나였다. 2007년 2월 증시 데뷔 이전부터 시장의 관심이 컸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 한 달 만에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3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공모가 1만5000원짜리 주식은 상장 석달 만에 5만7300원까지 4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이후 디오, 덴티움 등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잇따라 진입하면서 점유율을 조금씩 빼앗겼고, 경쟁 심화로 실적도 부진했다.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을 걸어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해외는 다르다. 특히 중국 등 임플란트가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은 나라는 성장성이 크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해외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스템임플란트가 국내에서 했던 것처럼 중국에서 임플란트 시술 시연 등 치과 의사들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며 "최근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법인의 매출 증가세가 올해 크게 확대되고, 해외법인의 손익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뒀다는 설명이다.

국내 소주시장 1위기업 진로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진로에 대한 분석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현 주가(20일 종가 3만7600원)보다 27% 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봐서다. 이에 따라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3만7600원을 제시했다.

김성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때 진로의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이 44%까지 하락했는데, 올 1분기 50%를 회복했다"며 본격적으로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간 진로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소주시장의 마케팅 경쟁 심화가 점차 완화되고, 점유율도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포화 상태인 국내 소주시장에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점유율이 0.1%포인트 오르면 진로의 매출액은 0.5% 늘고 영업이익은 0.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2013년 진로의 점유율이 53%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배당 매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진로의 최대주주인 하이트홀딩스가 8000억원 가량을 차입한 연간 600억원의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진로가 배당을 적게 할수는 없다는 논리다.

그는 "올해 5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한다고 보면 주당 1600원을 현금배당 해야 하는데, 이는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 4.3%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중인데, 이게 마무리 될 경우 배당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를 생산하는 OCI, '소녀시대' 소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도 최근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증시에서 주목받는 업체들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느 산업이든 경쟁이 심화되면 구조조정이 이뤄진 뒤 업계가 재편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1등 기업이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