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군 대산면 모산리에 위치한 빗돌배기 팜스테이마을.창원에서 온 한별유치원생 40여명은 방울토마토를 딴 뒤 습지논 체험에 한창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듯 하얀 치아를 드러낸 채 키득대던 한 아이는 땀을 훔친다는 것이 젖은 논흙을 얼굴가에 바르고 만다. 과수원에서 마련된 활터에서 낑낑대며 활시위를 당기는 아이도 있다. 황토방 체험 등 다양한 놀이와 체험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들은 오전에는 빗돌배기 마을과 5분 거리인 주남저수지를 방문해 습지상태를 체험하고 오후에는 농사체험과 활쏘기 등을 배우면서 하루를 보냈다.

빗돌배기 팜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강창국 대표(50)는 "단감과 수박,멜론,딸기,방울토마토,자두,복숭아,고구마,감자 등 최고의 농산물이 사시사철 재배되는 모습을 배우고 습지상태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장"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또 "유명한 철새도래지로 2008년 람사르 총회 공식 방문지였던 창원 주남저수지와 인근의 마금산 온천,땀흘리는 비석이 있는 표충사도 볼 수 있고,단감으로 잘 알려진 마을 유명세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팜스테이마을이 조성된 것은 강 대표가 귀농한 1992년부터다. 그는 서울에서 감정평가사를 하다가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3대째 단감농사를 한 덕택에 일에는 자신 있었다. 부자농촌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손수 길을 내고 논밭을 가꾸며 6만8000㎡의 체험장을 만들었다. 마을 뒷동산에 반짝반짝 빛나는 돌이 나왔다고 붙여진 마을이름 빗돌배기를 따 농장이름도 '빗돌배기 팜스테이'로 지었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과수원 사이로 오솔길을 냈다. 100명이 쉴 수 있는 야외쉼터와 원두막도 만들었다.

최고의 과일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3여년의 노력 끝에 그는 무농약 단감을 만들어냈다. 색깔이 좋은 데다 당도가 18~20도가 돼 우수한 과일 명품으로 평가받으면서 백화점과 병원 11곳에 '좋은 예감'이란 자체 브랜드로 직거래판매 중이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톱 푸르트(과일)'상도 받았다. 농촌을 알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업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농촌교육농장 겸 팜스테이사업에 뛰어들었다. 농업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패러다임은 1차(생산)-2차(가공)-3차(판매서비스)에 이어 4차(문화행사)로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농업관에 따른 선택이었다.

간결하고 깔끔한 무공해 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였다. 과수원 군데군데 체험자들이 찾아가면서 재미를 느끼고 생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었다. 논에 미꾸라지를 키우고,단감으로 와인을 만드는 체험도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본으로'워크 북'을 만들어 감나무의 관찰과 수확 등 성장과정을 설명하는 교육과정도 만들었다. 단감따기는 물론 식초와 팩만들기,천연염색 등 체험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모를 심고 벼를 수확하는 논농사 체험과정도 만들었다. 3500여㎡에 500여명이 모를 직접 심고 가을이 되면 수확하는 것이다. 직접 수확한 뒤 탈곡도 하고 도정을 거쳐 가마솥에서 밥을 짓고 떡을 만들어 수확의 기쁨을 느끼도록 했다. 실제 논에는 어린아이들이 심은 탓에 벼 높이가 울퉁불퉁하고 삐뚤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강 대표는 "벼를 다 처음 심어보는 사람들이 해서 모양이 저렇다"며 "가을에 기뻐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 즐겁다"고 말했다.

빗돌배기의 장점은 자연친화적이라는 데 있다. 과수원 내에 만든 55㎡ 규모의 황토방이 대표적이다. 한옥 형태를 한 이곳에는 황토가 150t이나 들어가고 460개의 굵은 나무가 사용됐다. 이곳에 들어가면 경치도 좋다. 수산다리가 보이고 밀양과 부곡,창원의 정병산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진영과 김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낙동강 물줄기도 나타난다.

빗돌배기는 딸기와 멜론 등 농산물 직거래가 이뤄지며 단감와인,감식초도 판매하고 있다. 단감 비빔밥과 가마솥 백숙,시골밥상 등의 먹을거리도 판매 중이다. 무농약 재배와 뛰어난 과일맛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덕택에 2007년 농협중앙회로부터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됐다. 연간 이곳은 찾는 사람은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섰다. 학생들과 회사원 등 대규모 단체행사와 재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테크윈 창원공장과 현대모비스 창원공장,신세계백화점 등과 1사1촌 자매결연도 맺었다. 마을의 다른 집과도 논의 끝에 팜스테이 장소를 4곳으로 늘렸다. 체험거리도 다양화했다. 감잎차 만들기와 야생화 수집,곤충잡기 체험을 진행 중이다. 수박과 멜론 따기,미꾸라지 잡기도 여름행사로 추가했다.

빗돌배기 1일 교육과정의 참가비용은 1인당 1만7000원.숙박하면 1만원이 추가된다. 강 대표는 "마을주민 12명이 뚝방길을 따라 코스모스를 심어 9~10월에는 코스모스가 흐늘거리는 산뜻한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연교육과 사업을 통해 잘사는 농촌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화(055-291-4829)나 홈페이지(www.idangam.co.kr)로 문의하면 된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