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침통 더위에 부채의 청량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소정 변관식과 청전 이상범,심양 박승무,심산 노수현,의재 허백련에서부터 천경자 이왈종에 이르기까지 근 · 현대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수놓은 부채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경매에 부쳐진다.

고미술품 전문 경매전문회사 아이옥션은 오는 27일 오후 5시 서울 경운동 경매장에서 부채 206점을 추정가 1만~100만원에 경매한다. 그동안 고서화나 도자기,그림,보석,디자인 경매는 있었지만 유명 화가들의 부채 작품 경매는 처음이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부채 가격은 화랑가에서 거래되는 것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테마는 '선비의 풍류'.출품작들은 추정가 100만원(31점),10만원(74점),1만원(101점) 등 3단계로 나눠 새 주인을 찾는다.

이상범 허백련 노수현 변관식 박승무 김은호 천경자 최영림의 작품은 추정가 100만원부터,허건 서세옥 이남호 송성용 장우성 이수동 등의 작품은 시작가 10만원,송영방 박대성 송수남 등의 작품은 1만원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소품이지만 작가들의 명성과 작품성으로 따지면 '큰 그림'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작품만 출품된데다 담백한 한국화의 멋이 더해진 '여름 테마 경매'여서 더욱 주목된다.

개성적인 선면예술의 색다른 조명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변관식 이상범 노수현 지운영이 먹의 농담과 운필의 멋으로 자연을 담아낸다면,김기창은 합죽선 위에 닭을 올려놓은 화조도로 승부한다. 갈대를 배경으로 놀고 있는 기러기를 수채화처럼 빚는 김은호,글씨에 힘찬 골기를 담아낸 오세창,소담하게 매화를 채색한 이왈종,고품격 에로티시즘을 형상화한 최영림,호수에 비친 달빛 풍경을 그린 이은성의 작품은 미감과 운치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또 내면의 꽃을 피워올린 천경자,물고기와 때묻지 않은 아이들을 리얼하게 그린 김형근,일상을 수묵담채로 전하는 이수동 등의 작품에서는 생기발랄한 감흥이 느껴진다.

이번 경매를 기획한 공창규 대표는 "조선 말기와 근 · 현대 한국 화가 및 서화가들의 그림과 글씨가 어우러진 작품들로 구성해 컬렉터들의 선택폭을 한층 넓혔다"고 말했다. 전시 리뷰는 서울 경운동 전시장에서 26일까지 이어진다. (02)733-64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