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가 다른' 투자보고서?…오히려 "기사가 잘못됐다!"
[여의도퍼트롤]"'적정주가'라고 썼지만 '목표주가'는 아니다"
[여의도퍼트롤]"'적정주가'라고 썼지만 '목표주가'는 아니다"

21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애널)가 쓴 '앞 뒤가 다른' 투자보고서를 두고 여의도 애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리포트의 첫장과 마지막장에 전혀 다른 투자의견을 내 투자에 혼선을 빚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코스닥 업체인 도이치모터스를 탐방한 뒤 나온 이 리포트는 서두에 'Not Rated'(투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라고 명시한 뒤 말미엔 현재 주가보다 두 배 가량이 비싼 '적정주가 5600원'이라고 소제목을 달아놨다.

한 마디로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5600원까지 오를 수 있지만, 이 분석에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뜻의 이상한 리포트다.

이 리포트는 이날 개장 전후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적정주가 5600원', 'BMW딜러 중 가장 성장성 높아', 'BMW 뉴5 시리즈 효과 기대' 등이란 제목을 달고 잇따라 보도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역시 이러한 '두 배 짜리 목표가' 앞에서 민감하게 움직였다. 이 회사 주가는 개장 직후 5% 이상 급등한 3000원까지 오른 뒤 상승폭을 더 키워 6~7%대를 넘나들고 있다. 매매일 기준으로 3일 만에 급반등세다.

이 리포트를 낸 애널은 그러나 5600원이 절대로 이 회사의 '목표주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리포트를 기사화 한 언론매체들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쓴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의 적정주가를 제시한 것이지 목표주가를 내놓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포트 첫 장에 'Not Rated'라고 쓴 것 자체가 투자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미국 등 해외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5600원까지 적정주가 산출이 가능하다는 것일 뿐 이 회사 주가가 이 가격대까지 도달할 것이란 내용을 쓴 곳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보고서를 본 동종업계 애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은 "리포트 첫 페이지에 'Not Rated'라는 표현을 해놓고, 이 리포트의 결론에 해당되는 마지막 장에 '적정주가 5600원'이라고 쓴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리포트의 투자의견이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다르다면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스몰캡 애널도 "리포트의 기본적인 형식이 있는데 첫장에 기업명, 제목, 투자의견을 넣고 분석내용을 요약해 준다"며 "리포트의 결론에서는 다시한번 첫장에 제시했던 투자의견을 보충 설명한다"며 "이렇게 결론 부분에서 소제목으로 TP를 내놓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09년 1월 감자(당시 감자비율에 따른 재상장가격 6180원) 이후 지금까지 단 두 번(2009년 8월3일, 2010년 7월12일)만 3200원 위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작년 1월 이후 주로 1000원에서~2000원대 사이를 오갔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