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옥현리 가루매마을은 주변 산에서 칡넝쿨을 많이 볼 수 있다는 뜻의 한자어 '갈음(葛陰)'에서 이름을 따왔다. '일곱 가지 보석이 나온다'는 칠보산 능선 아래 들어선 마을의 모습은 마치 대들보 위의 서까래 이음 같다.

가루매마을 농민들의 자부심은 친환경 농법이다. 20여년 전부터 제초제 등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 병충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농약 외에 성장 호르몬제도 쓰지 않는다. 이 덕분에 마을 환경이 어느 곳보다 깨끗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반딧불,지렁이,땅강아지,두더지와 곤충들을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가을철에는 메뚜기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봄에 열리는 '배꽃문화축제'는 가루매마을의 대표 축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킨 이 행사는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배꽃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인공수정 체험과 가상 꽃가루 옮기기,윷놀이 대회 등이 펼쳐진다. 배꽃이 필 무렵 마을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축제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끈다.

마을 관계자는 "마을을 하얗게 물들이는 배꽃을 혼자 보기 아까워 도시 손님들을 한두 분씩 모시던 것이 마을 축제로 발전했다"며 "방문객들이 농촌의 정겨움과 교육적 가치를 마음 속에 담아갈 것으로 자신한다"고 자랑했다.

이 밖에도 가루매마을에서는 1년 내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찰흙으로 옷을 코팅하는 건강복 찰흙공예 체험,짚솟대 · 짚신 · 계란꾸러미 등을 만드는 생활용품 짚공예 체험,장승 등 나무를 이용한 기념품을 만들어보는 목공예 체험,소목을 활용한 염색체험 등이 운영된다. 허브 비누와 꽃잎 양초 만들기처럼 자연물을 응용한 생활공예 체험과 인절미를 만드는 떡메치기 체험에도 많은 방문객이 참여한다.

계절별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봄에는 배꽃문화축제와 함께 마을 주변에서 자란 딸기를 따고 지천에 나는 산나물과 산더덕도 캘 수 있다. 여름에는 감자,옥수수,복숭아 등을 직접 따서 맛볼 수 있는 체험 행사가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잡기,물고기 먹이주기 체험 코스도 마련돼 개울 물놀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도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을이 되면 가루매마을의 대표 품목인 '그린음악 배'가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한다. 배나무에 음악을 들려주는 그린음악 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다.

이 농법은 가루매마을이 1987년 전국 최초로 시도한 것으로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 조상들의 말에서 착안해 개발한 것이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키운 배는 일반 배보다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럽다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배 수확 체험과 함께 무공해 콩을 이용한 콩전 만들기,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김장 담그기 등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과 소중한 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농사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마을 주민들이 추천하는 주변 관광지로는 용문산관광지가 첫손에 꼽힌다.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아 산세가 웅장하고 고산다운 풍모를 지녔다. 천연기념물 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 60여m,가슴높이 둘레가 12.3m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생존하고 있는 은행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됐다. 용문산 동쪽 자락에 있는 도일봉 폭포 유원지에는 병풍을 두른 듯한 기암절벽과 여자의 댕기머리처럼 떨어지는 물줄기가 눈길을 끈다. 마당바위나 장군봉까지 1시간30분~2시간30분 안팎의 등산 코스가 있다.

민물고기 70여종을 볼 수 있는 생태학습관과 나무 · 꽃 100여종을 심어놓은 세계수련원이 있는 자연정화공원인 '세미원',나무와 꽃 향기가 가득한 '양평들꽃수목원',단월초등학교 폐교 자리에 세워진 '가루니장승촌'도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취화선'을 촬영한 야외 세트장으로 유명한 '서울종합촬영소'도 체험객들이 즐겨 찾는 곳들이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비발디파크가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여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차량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면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옥현2리 1451번지를 입력하면 된다.양평→용문→지평을 거쳐서 가면 되고 서울과의 거리는 약 70km.올림픽대로에서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예약과 문의는 전화(031-774-3908,016-236-8295)나 홈페이지(www.garumae.com)에서 받는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