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고객계좌의 거래내역을 늦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문사 7공주' 등 이른바 자문사들이 집중매수하는 종목들이 공개되면서 시장에 왜곡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21일 자문형랩 고객계좌의 거래내역을 최소 2주에서 한달 뒤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의 자문형랩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실시간이나 3거래일(결제일) 뒤에 공개된다"며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자문형랩 상품이 사는 종목을 추격매수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이같은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오가는 내용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고객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현재 결제일 기준으로 거래내역을 공개하는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실시간으로 거래내역을 볼 수 있는 지점 직원들의 조회도 결제일 기준으로 바뀌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문형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실시간으로 거래내역이 공개되는 경우"라며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일 당시의 단기 상승을 이용해 추종매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증권사들이 자문형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 증권사가 해서는 실효성이 없고 업계 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현재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이에 따를 생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자문형랩 상품의 추종매매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문형랩의 장점이 고객이 직접 거래내역을 보고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운용방식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인데, 거래내역 공개가 너무 지연되면 이같은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