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뒤 美 맨해튼 부동산가격 30% 이상 오른다"
미국 부동산 시장 관련 지표가 최근 악화되면서 미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 최대 부동산 중개회사 중 한 곳인 CB리처드엘리스(CBRE)의 달시 스태콤 부회장(52)은 "작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 일대 부동산 동향을 손금보듯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진 스태콤 부회장은 "3년 후 부동산 가격이 최소 30%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1000채 이상의 건물을 매각해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 '마천루의 여왕(queen of the skyscrapers)'이란 별명을 얻은 스태콤 부회장은 20일 맨해튼 파크애비뉴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시장'에서 '매도자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근거로 하락하는 공실률을 들었다. 지난해 11%에 가까웠던 공실률이 최근 9.8%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무실 임대 계약이 증가해 공실률이 9% 밑으로 하락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결정하게 된다.

대출 여건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점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장기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부동산 대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건물을 살 때 2억달러 규모의 대출 신청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곳에서 금리 조건 등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대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지난해 12월 연 6.5%였던 금리가 4.5%로 떨어지는 등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낮아진 점도 호재라는 분석이다.

월가의 금융 전문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가 "미 주택시장이 더블딥(반짝 상승 후 재하강)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선 "맨해튼을 놓고 보면 더블딥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인 라스베이거스를 염두에 둔다면 더블딥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지역별로 편차가 큰 만큼 경기가 확 살아나기 전까지는 미 부동산 시장을 획일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윳돈 100만달러를 어디에 투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주거용 아파트에 투자해 임대를 놓을 것"을 권했다. 특히 지하철과 도로가 건설되고 있고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재건축되는 다운타운의 주거용 건물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해선 곤란하다"며 "6~7%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으면 성공적인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로 위치와 건축연도 등을 꼽았다. 이를 테면 1920년대 세워진 건물은 천장이 높고 창문이 커 경쟁력이 있는 데 반해 1960년대 건물은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브로커로 성공하려면 호기심을 갖고 집요하게 연구 · 조사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에게 도움을 주려면 열심히 일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오전 6시15분 사무실에 나와 집에는 오후 6시30분께 돌아간다.

28년 경력의 스태콤 부회장은 54억달러 규모의 피터쿠퍼 빌리지와 28억달러 규모의 제너럴모터스(GM) 빌딩 매각을 주도하며 명성을 쌓았다. 증조부가 부동산 개발업을 했고 할아버지,아버지,어머니,형제들이 모두 부동산 관련업에 종사해왔다. 주요 고객사로는 블랙록,ING,메트라이프,모건스탠리,푸르덴셜생명,쿠웨이트투자청,AIG 등이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