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4의 결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내심 미소짓는 기업이 있다. 아이폰의 미국 독점 판매 통신업체인 AT&T다. AT&T는 그동안 아이폰4의 수신 감도 저하 현상이 자사 네트워크 결함 때문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21일 "최근 애플의 해명 기자회견 후 AT&T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최고 승자는 AT&T"라고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외부에 배치된 안테나 디자인 때문에 아이폰4에 결함이 존재한다"고 시인했다.

애플이 디자인 결함을 시인하기 전까지 일각에선 아이폰 수신 감도 저하에 AT&T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T&T의 불완전한 네트워크 때문에 수신 결함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애플은 사태 초기에 "수신 감도 불량은 AT&T의 네트워크 결함 등 소프트웨어 문제"라며 "AT&T의 네트워크 결함을 오히려 아이폰의 하드웨어가 보완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잡스 CEO도 지난달 아이폰4 출시 이후 공공연히 AT&T의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애플이 결국 자사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을 뿐 아니라 "경쟁사 제품들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고 물귀신 작전을 폈기 때문에 AT&T는 이번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포천은 그러나 AT&T가 앞으로도 계속 아이폰 결함과 관련한 비판에 시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7일 AT&T는 통신장비 결함 때문에 일부 아이폰4 기기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AT&T는 경쟁 업체이자 미국 1위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에 비해 통화단절 현상이 잦고 커버리지(서비스 영역)가 좁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랜달 스티븐슨 AT&T CEO는 "모든 네트워크망에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논리는 "모든 휴대폰은 완전하지 않고 경쟁사 제품도 마찬가지"라는 애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포천은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