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船 수주랠리' 시작…대우조선, 10척 10억弗 계약
"올해 벌크선이나 유조선은 몰라도,컨테이너선 발주는 기대도 하지 마세요. 단 한 척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2008년까지 나온 물량이 너무 많아 신규 발주는 아예 씨가 말랐어요. "

올해 초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한 CEO(최고경영자)가 던진 말이다. 당시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이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업계의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은 최근 들어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함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컨테이너선 발주가 본격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년 만의 컨船 수주 랠리


대우조선해양은 21일 아시아의 한 선사로부터 84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수주 금액은 총 9억87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길이 332m,폭 42.8m 규모로 최대 23노트(1 노트는 시간당 1852m를 갈 수 있는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2014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선주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글로벌 선사들이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선대를 확장하고 있어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통해 올해 수주 목표인 100억달러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도 다음달 초 대만 에버그린사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의 건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에버그린사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10억3000만달러에 따내 컨테이너선 수주의 물꼬를 텄다.

◆"컨船만 70억달러 규모 발주 예상"



국내 조선업체들이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한 것은 2008년 7월 이후 2년 만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컨테이너선 발주가 다시 본격화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MSC CMA-CGM 등 유럽 대형 선사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틈을 타 유럽 중소 선사 및 아시아권 해운업체들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선대 확장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선사들은 대형 컨테이너선 10여 척을 발주하기 위해 최근 국내 조선업체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홍콩 및 중동 선사들은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5척을 발주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완하이라인 및 양밍라인 등도 최근 유럽 노선 증편에 나서면서 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에버그린사도 추가 발주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규 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해 조선사와 해운사 간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물량만 60여척(7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랠리 지속 여부는 더 지켜봐야


컨테이너 시장은 이미 빠르게 회복 중이다.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작년 11월 최저치(329.4)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최근 661.2까지 올랐다. 미주나 유럽 노선의 물동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컨테이너선 추가 발주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공산품 등을 운송하는 선박이기 때문에 신규 발주를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 밖의 컨테이너선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및 대형 선박 발주가 늘어나면서 대형 조선사들과 중소 업체들 사이의 수주 양극화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