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10여년 전 사라진 '스폿(Spot)펀드'를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도한 단기수익 추구형태가 시장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산운용사 상품 ·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스폿펀드 설정이 제한되니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스폿펀드를 설정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잇따른 문의를 접하고 상품출시를 막기 위한 행정지도에 나선 것.금감원 관계자는 "스폿펀드들은 단기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단타매매를 하는 등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소규모 펀드를 양산할 우려도 크다"며 "가급적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폿펀드란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투자자에게 바로 원리금을 상환해주는 방식의 펀드다. 1990년대 후반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를 때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상환을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아야 돼 증시수급에 혼란을 주고 운용사 간 단기수익률 경쟁을 부추긴다는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2000년대 초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사라졌다.

스폿펀드를 운용했던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대세상승하는 국면에서 스폿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냈지만 집단적인 단타매매를 유도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에 역행하는 성격이 있다"며 "증권사들로부터 스폿펀드를 설정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스폿펀드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스폿' 자문형 랩이 뭉칫돈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스폿2호'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3일동안 115억원을 모았고,지난달에 모집한 브레인 스폿1호에는 280억원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의 스폿 자문형 랩인 '어드바이스랩 타깃3호'도 72억원을 모았다. 스폿펀드 출시를 검토했던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연초부터 펀드환매가 계속된데다 단기간에 목표수익률을 올려주는 스폿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고 있어 비슷한 형태의 펀드 출시를 검토했었다"며 "금감원에서 자제를 요청한 만큼 목표 달성시 바로 상환되는 방식이 아니라 채권형 등으로 전환되는 펀드 출시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