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탄 다카시마야 미쓰코시 등 일본 굴지의 백화점들이 '한국 백화점 배우기'에 나선다. 10년 넘게 매출 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 백화점과 달리 호 · 불황에 관계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백화점들의 경쟁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각 백화점 대표 및 임원으로 '사절단'을 구성,한국을 방문키로 한 것이다. 수십년 동안 일본 백화점을 모방하기에 바빴던 한국 백화점들이 이제는 일본 백화점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위상이 뒤바뀐 셈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니시 히로시 이세탄백화점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본백화점협회 산하 '한국 백화점 비즈니스 모델 조사단' 일행 20여명이 내달 2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조사단에는 이바라기 류타 덴마야백화점 사장,세키 도시아키 다카시마야백화점 전무,히로세 기소우 미쓰코시백화점 고객정책담당장,하라 마키노리 한큐한신백화점 상무 등 일본 주요 백화점 핵심 임원들도 포함됐다.

'한국 백화점 비즈니스 모델 조사단'은 한국 백화점의 경쟁력을 파헤치기 위해 최근 일본백화점협회에 설립된 태스크포스(TF).그동안 일본 백화점 업계의 거물들이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한국 백화점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할 목적으로 조사단을 파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백화점들의 '스승' 역할을 해온 일본 백화점들이 '제자'들을 찾아와 '한수 가르쳐달라'고 요청한 격이다.

고인식 한국백화점협회 부회장은 "일본백화점협회는 이번 방한 기간 중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한국 백화점들의 경쟁력을 다룬 보고서를 작성해 회원사에 배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백화점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는 것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백화점 경영사례에서 위기 탈출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에서다. 일본 백화점들은 장기 불황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매출(6조5842억엔)이 2008년보다 10.1%나 줄어드는 등 1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반면 한국 백화점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21조5484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5% 성장했다.

조사단이 이번 한국 방문의 포커스를 '일본에는 없는 한국 백화점의 경쟁력 찾기'에 맞춘 이유다. 조사단은 이에 따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빅3' 백화점 본사를 방문,각사의 영업 전략과 출점 및 상품 구성 등 전반적인 경영전략에 대한 설명을 들을 계획이다. 이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등 빅3의 주요 점포와 청담동 갤러리아 명품관,영등포동 타임스퀘어,삼성동 코엑스몰,남대문시장 등을 차례로 둘러볼 예정이다.

또 하병호 한국백화점협회장(현대백화점 사장)과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황용기 갤러리아 대표,조재열 AK플라자 대표 등 5대 백화점 대표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조사단 중 일부는 서울 일정을 끝낸 뒤 부산으로 넘어가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 광복점도 방문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