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적자 위기의 '화약고'로 평가받던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이 잇따라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PIGS의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면서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던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인 해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연합(EU)과 구제금융 협상을 전격 중단한 헝가리는 국채 발행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성급한 낙관론의 확산을 가로막았다. 23일 발표 예정인 91개 유럽 주요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역시 대부분의 은행이 통과하는 유명무실한 검증이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불안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헝가리의 향후 행보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유럽 재정위기 극복의 마지막 과제가 된 셈이다.

◆차별화되는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스페인과 아일랜드,그리스가 총 100억유로 규모 국채 발행에 성공한 반면 헝가리는 당초 계획 이하의 물량만 발행에 성공해 대조를 보였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7500억유로의 안정기금 보호를 받는 국가 국채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19억5000만유로의 13주 만기 단기 채권을 4.05% 수익률에 발행,EU와 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두 번째로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42억5000만유로의 1년 만기 채권을 2.221% 수익률에 판매했다. 지난달 15일 발행 때보다 수익률이 0.082%포인트 하락하는 등 발행 조건이 개선된 것이다. 입찰물량의 1.95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의 1.49배보다 입찰률도 높아졌다. 스페인은 17억5000만유로 규모 18개월 만기 채권도 2.331% 수익률로 발행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내린 지 하루 만에 국채시장에 나선 아일랜드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아일랜드는 6년 만기 채권을 평균 4.496% 수익률에,10년 만기 채권은 평균 5.537% 수익률에 발행했다. 기존 유통시장 거래물(6년물 4.54%,10년물 5.56%)보다 양호한 금리에 신규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아일랜드 역시 6년물 국채 수요가 발행물량의 3.6배로,3.1배를 나타낸 지난달보다 인기가 높아졌다.

이처럼 PIGS 국가 국채 수요가 몰리면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도 좁혀졌다. 아일랜드 10년물 국채와 독일 10년물 국채 간 스프레드는 7bp(1bp=0.01%포인트) 떨어진 277bp를 기록했고,스페인과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도 5bp 떨어진 171bp를 나타냈다.

◆5월 정점 PIGS 조달비용 감소세

반면 헝가리는 당초 450억포린트(약 2억달러) 규모 3개월물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350억포린트(1억5600만달러)어치만 발행했다. 수익률도 5.47%를 기록,3월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5월 말 정부 고위 관계자가 "국가부채 관련 정부 통계가 조작됐을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헝가리 정부는 네 차례 연속 당초 계획보다 적은 물량의 국채를 발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의 지원 실행으로 재정적자 국가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5월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반면 추가적인 긴축안을 거부한 헝가리의 경우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헝가리는 실질적으로 비EU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고 국채 판매 부진 이유를 지적했다.

한편 23일 유럽 주요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1개 대상 은행 대부분이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테스트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독일에서 자금사정이 가장 안 좋은 편에 속하는 지방은행(란데스방크)들조차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실상 독일에선 히포리얼이스테이트 하나 정도 탈락이 예상되는 등 검사 대상 대부분이 통과하는 유명무실한 결과가 나올 것을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