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건설은 2003년 부산진구에서 양정메트로하이츠 아파트를 분양해 258세대 모두 분양을 완료했다. 그러나 하자 보수 문제 등으로 100여세대 입주 예정자들이 계약 해제를 요구했고,회사는 해제 후 해당 가구에 대해 2006년 재분양에 나섰다. 분양실적이 저조하자 회사는 분양가를 7~19% 낮췄다. 그러자 기존 입주자들이 "아파트 가격을 떨어트리는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은 그러나 "회사 경영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방편이었고 할인분양하지 않을 계약상 의무도 없다"고 판결했다.

미분양 아파트 처리를 둘러싼 분양업체와 입주자,또는 분양업체 간 소송이 쏟아지고 있다. 입주자들이 할인이나 임대전환 때문에 전체 집값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반발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을 임대용으로 바꿔도 합법"

21일 법원에 따르면 광주고법은 광주 남구 진월동 고운하이플러스 입주자 79명이 고운종합건설을 상대로 "미분양 아파트의 임대주택 전환에 따른 가격하락 등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입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미분양 아파트의 임대주택 전환 분쟁에 대한 2심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고운종합건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임대주택용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았다 해도 미분양 상태가 계속돼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했을 것"이라고 판결했다. 고운종합건설은 2007년 10월 고운하이플러스 282세대를 분양했다가 100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자 임대아파트 사업을 하는 LH에 일괄 매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심에서는 고운종합건설이 미분양 매도계약을 체결한 2008년 11월 이후 분양받은 입주자에 대해 "임대주택 전환을 알렸다면 분양받지 않았을 수 있는데 이를 쉬쉬하고 분양했다"며 1인당 분양가(2억1000만원 안팎)의 2.5~5%인 500만~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2심은 "경제 주체가 자신이 알고 있는 거래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항상 상대방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할인분양에 무력시위 벌이면 불법

할인분양 역시 수분양자들이 이기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무력 시위로 뜻을 관철하려다 건설사로부터 반대로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구지법은 지난해 말 대구 북구 읍내동 '칠곡 e편한세상' 수분양자 강모씨 등 11명을 상대로 경산시 중방동 e편한세상 시행사 블루홀딩스가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칠곡 e편한세상'을 시공한 대림산업이 미분양 252세대를 기업구조조정회사에 일괄 매각하자,중방동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로 몰려가 '중방동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사기당한다'는 내용의 구호와 유인물을 배포했다.

미분양 처리를 둘러싼 공동사업자 간 분쟁에서도 미분양 처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강릉시 교동 롯데캐슬 아파트 시행사인 리빙업이엔씨가 수탁자인 대한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임대계약체결 및 이행금지 가처분에서 지난 16일 신청을 기각했다. 리빙업이엔씨는 2007년 롯데캐슬 581세대중 254세대만 분양에 성공했다. 이후 대한토지신탁이 미분양 물량을 임대로 돌리려 하자 리빙업이엔씨는 "일방적으로 임대해 시행사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가처분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분양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손해의 확대를 막기 위한 측면이 있고 리빙업이엔씨가 위법하게 손실을 입는다 해도 금전적 배상이 가능하다"며 대한토지신탁의 손을 들어줬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