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항상 '갑(甲)'이라는 것도 고정관념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수출기업들은 완제품 업체인 동시에 부품업체다. 삼성과 LG는 반도체와 LCD패널을 애플,소니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한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모비스도 주요 자동차 부품을 BMW,크라이슬러 등 해외 자동차 메이커에 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대기업들은 국내 부품 협력업체와 같은 '을(乙)'의 자리에 서게 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선들이 물량을 무기로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글로벌 납품 시장은 가격이 안 맞으면 바로 거래선이 바뀌는 비정한 전쟁터"라고 말했다.

또 부품공급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제품 가격의 변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완제품 업체와 협력업체가 나눠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제품 가격 변동이 심한 전자 업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LED(발광다이오드) TV가 대표적인 사례다. 46인치 LED TV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200만원대에 판매된다. 400만원을 호가하던 지난해 초의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