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와 CJ CGV가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을 내놨음에도 불구, 증권사들은 대부분 '러브콜'을 날렸다. 하반기는 좋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두 종목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2일 오후 1시 52분 현재 KT&G는 전날보다 1400원(2.34%) 내린 5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와서다. 특히 매출액 감소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KT&G의 2분기 매출(연결기준)은 855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반면 CJ CGV의 주가는 보합권을 유지하며 실적 악화에도 탄탄한 흐름이다. 이 회사는 KT&G와 같은 날 악화된 실적을 밝혔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2.1%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5%와 59.9%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두 회사의 실적이 안 좋았음에도 긍정적 시각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나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날 KT&G 실적을 평가한 증권사 중 SK KTB 한국 키움 신한 대우 등이 기존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CJ CGV에 대해서도 일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추기는 했지만 '매수' 추천은 줄줄이 이어졌다.

'좋은 않은 실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증권사 호평' 등 비슷한 패턴의 두 회사 주가가 엇갈리는 것은 실적의 '행간'을 읽고 시장이 반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KT&G의 경우 이익이 아닌, 매출이 감소할 정도로 국내 담배 판매가 부진했고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 긍정적 요인으로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 효과와 담배에 붙는 세금 인상 가능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기대,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의 실적 호조 등을 꼽는다. 본업인 담배 판매는 놔둔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CJ CGV는 기대작들이 속속 상영을 하고 있어 본업인 영화 티켓 판매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가가 높은 3D(3차원)으로 만들어진 '슈렉 포에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개봉한 '인셉션'도 상당한 흥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매수를 추천한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게 나와도 '원죄' 탓에 쉽사리 투자의견을 내릴수 없다"면서 "애널리스트의 실적 코멘트는 행간을 잘 읽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