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두 계열사인 호남석유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이 이르면 내달 중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양사의 주가도 이를 반영한 듯 연일 급상승 중이다.

2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호남석유와 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석유 주가가 업황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 5월부터 급상승해 양사의 합병비율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에 따라 합병 수순을 밟기 위해 오는 8월께 이사회를 열어 합병결의를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호남석유 주가는 5월 말까지만 해도 11만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이번주 들어 장중 18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했다. 두 달 만에 6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양사의 합병비율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양사의 합병시 합병비율은 평균주가로 산출되는데 현재 호남석유는 17만원선을 넘나들고 있고, 케이피케미칼은 1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가로 비율을 산출해도 17대 1정도다. 더욱이 호남석유는 케이피케미칼의 지분 절반(약 52%)을 보유 중이어서 합병시 신주를 48%만 발행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합병비율도 좋고, 시장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어서 양사에게는 '인수합병(M&A)의 최적기'라는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또 풍부한 현금을 갖고 있어 합병시 이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호남석유와 케이피케미칼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4000억원과 2650억원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사를 1조5000억원에 인수키로 한 호남석유 입장에선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이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지만 여러 정황상 볼때 굳이 합병을 미룰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우선 합병비율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가 합병을 해도 호남석유의 지분희석 효과가 적고 합병 이후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가 합병하면 내년 IFRS(국제회계기준)도입시 연간 12조원 이상 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그러나 여전히 합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호남석유 관계자는 최근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란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합병비율 또는 주식매수청구 규모 등을 감안해 합병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지난해 하반기 합병을 시도했으나, 당시 주식매수청구 비용이 7000억원에 달해 무산됐다. 호남석유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실망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 합병비율은 11.4대 1이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