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얽힌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한 · 미 양국 외교 · 국방장관 합동회의 (일명 '2+2회담')와 동해 연합훈련 이후 남북 관계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출구전략을 구사한다면 언제쯤이 적절할까.

한 · 미 외교 · 국방장관 회의가 한창 열리고 있던 지난 21일 오후.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남북 관계 출구전략 모색'이란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상황과 앞으로의 해법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사회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 맡았고,토론자로 스콧 스나이더 미국 아시아재단 한 · 미정책연구센터 소장,주펑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국제전략연구센터 부소장),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나섰다. 출구전략에 대한 토론자들의 의견은 각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크게 갈렸다.

▼김주현 원장=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한반도에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현 상황을 평가한다면.

▼스콧 스나이더 소장=남북 관계는 마치 '가드레일 없는'(guardrailless)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같다. 누군가 조금만 실수해도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한쪽이 오판할 경우다. 특히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전쟁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보다 큰 리스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주펑 교수=일단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먼저 천안함 사건 증거에 불투명한 점(ambiguity)이 많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남한의 5 · 24 조치 이후 북한의 반응이 수사적 수준이었다. 왜 그랬을까.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평양과 서울 간에 시각차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장달중 교수=북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관심을 이끌어 내 고립에서 벗어날 계기를 찾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기엔 희생자 규모가 너무 크다.

▼김 원장=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스나이더 소장=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우선 오는 25일부터 한 · 미 양국 합동으로 동해상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이 열린다. 이번 훈련은 천안함 사건의 의미에 대해 양국이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또 출구전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고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을 강경책에서 갑자기 유화책으로 바꾸기도 힘들 것이다.

▼김 원장=당분간 6자회담은 힘들다고 보나.

▼스나이더 소장=관건은 북한에 있다고 본다. 대결적 국면을 해소하려면 북한이 극단적인 태도를 버리고 협력적이고 유연하게 나와야 한다. 그래야 6자회담이 가능하다. 또 6자회담이 비핵화로 성공적으로 연결되려면 남북 관계의 안정화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설득,북 · 미 간의 직접대화 등이 필요하다.

▼주 교수=스콧의 생각과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남북 관계가 안정될 수 있다. 현 한국 정부가 집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남북 관계 긴장 완화와 유연성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유연해지지 않는다면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다. 중국을 지렛대로 사용하려면 중국에 일방적으로 역할을 요구하기보다 남한 정부가 먼저 유연하게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장 교수=6자 회담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게 출구전략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 정부의 지지세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정책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 원장=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줄 정책적 제언이 있다면.

▼스나이더 소장=아시아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한 · 미 양국이 압력과 설득을 병행하고,비정부기구(NGO)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변화에 필요한 것을 제공해 스스로 변화의 욕구를 느끼게 해야 한다.

▼주 교수=북한과 남한이 모두 변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북 · 중 관계는 이전보다 약화됐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도 이제는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북한이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보수를 넘어서서 유연해져야 한다. 이는 북한과의 타협이 아니라 대화와 교류 확대를 의미한다. 미국이 항공모함 서해 파견을 취소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신중함을 보여주었듯이 한국 정부도 북한과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

▼장 교수=출구전략이 남남갈등화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출구전략은 섣불리 나서기보다 미 · 중 간에 6자회담 분위기가 조성된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8 · 15 광복절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쌀지원 같은 대북지원을 재개하는 방안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출구전략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내지 외교 안보 전략의 수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남북 관계를 바꾸려면 외교 · 안보 라인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리=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