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소통성을 달걀의 포장문화에서 살펴보자.근대 일본과 우리의 달걀 꾸러미는 볏짚이라는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포장의 형태와 구조는 달리 만들었다. 완전히 감싸는 일본 달걀 꾸러미는 시각적 소통성은 접고,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의 기능만을 우선시한다. 반면 달걀의 아랫부분만 감싸는 우리의 달걀 꾸러미는 포장의 보호 기능과 더불어 정보의 소통성을 함께 존중하는 방식이다.
기능과 소통이 융합되는 우리 문화는 여기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서양의 가방과 우리 보자기 문화에서도 이런 상반된 가치를 볼 수 있다. 가방은 내용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공간을 차지하는 '있음'이다. 즉 존재,소유,욕망적 근대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보자기는 펼 수 있고,쌀 수 있는 양의성(兩義性)을 갖고 있다. 즉 물건이 있을 때는 공간을 차지하지만,없을 때는 평면으로 돌아가는 '있음'과 '없음' 사이를 오고 간다.
이처럼 '있음' 과 '없음' 사이를 연결하는 '이음'이 보자기적 가치다. 사람과 사물,시간과 공간 사이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미래사회의 정보는 물과 공기처럼 떠돌아다니고 언제,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이음'의 세상 속에 존재한다.
우리는 '있음'의 가방 문화보다 '이음'의 보자기 문화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미래에서 더욱 필요한 소통성을 전통 문화를 통해 체험해온 셈이다. 우리의 몸 속에는 소통의 DNA가 축적돼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정보화시대를 빨리 열어가고 있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을 맞아 이런 잠재력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다 우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스스로 사유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의식과 노력이 덧붙여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 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