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어제 부품 · 소재산업 경쟁력 향상,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 등 6개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대한 특정평가 결과를 내놨다. 장기간 ·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사업간 중복조정 · 연계가 필요한 R&D 사업을 대상으로 한 특정평가는 기획재정부가 직접 실시하는 것으로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등의 권고가 내려졌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결과를 향후 예산배정 등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R&D 투자 성과 제고를 위해 엄격한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반영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투입된 것이라면 R&D 사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제는 R&D를 수행하는 현장에서는 평가의 전문성 등에 대해 불만이나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R&D 사업의 경우 일반재정사업과 달리 특수성이 있고 그런 이유로 정부는 1999년부터 일반재정사업과 구분해 별도의 성과평가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R&D 사업의 성과평가 기능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기재부로 이관됐다. 기재부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로 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평가의 전문성과 중립성 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소관부처 평가나 기재부 평가 등으로 세월을 다 보낸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심지어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 연구회 평가까지 더해져 평가 때문에 정작 연구를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장기간 ·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사업간 중복조정 · 연계가 필요한 R&D 사업은 처음부터 기획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D 사업은 그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처럼 잦은 평가를 통해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하면 말이 장기간 사업이지 사업 수행자들로서는 단기적 성과 내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결국 혁신적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R&D 사업의 일관성을 보장하면서 평가의 전문성,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차제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