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째 재즈 공연 '재즈파크'를 후원하며 메세나 활동을 펼쳐온 의류업체 동일레나운의 송문영 대표(55)는 22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동일레나운의 브랜드인 까르뜨 블랑슈는 2002년 3월부터 매달 재즈 연주회를 지원하고 있다.
'재즈파크'는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이 신홍순 전 예술의전당 사장과 함께 재즈 저변 확대를 위해 시작한 공연.문화기획사 컬처마케팅그룹(CMG)이 주최하고 동일레나운이 후원한다. 이달에는 100회를 맞아 21~22일 공연에 이어 23일까지 서울시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기념 콘서트를 연다. 동일레나운이 공연마다 600만~1000만원을 후원했으니 지금까지 6억원 이상을 지원한 셈이다.
송 대표는 "그간 메세나 활동이 매출 증가와 직결되지 않아 차라리 그 돈으로 광고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재즈 공연을 후원하면서 전통과 고품격을 추구하는 까르뜨 블랑슈의 슬로건을 '라이프 이즈 아트(Life is Art)'로 바꾸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20여명의 직원 중 30~40명이 매번 공연을 관람하는 만큼 재즈 연주회 지원은 회사의 문화복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기업이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몫은 일자리 창출과 문화 ·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국내 공연계가 빈약한 실정에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즈파크'는 국내 재즈 팬들에게 귀한 무대다. 척박한 한국 재즈 공연계에서 웅산,이정식 밴드,한상원 밴드 등의 명품 공연을 1000원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람료는 모두 재즈발전기금에 쓰인다. 매회 500명 이상이 공연장을 찾았고 지금까지 총 5만명 이상 관람했다.
처음 2년 동안에는 관람료도 없었다. 송 대표는 "무료 관객은 공연 집중도가 떨어지고 문화를 즐긴다는 자긍심도 적은 편"이라며 "열정을 쏟는 연주자의 공연을 떳떳하게 돈 내고 즐긴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 입장료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즈파크'는 재즈 아티스트에게 단비와도 같다. 재즈 연주자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이 설 무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 재즈1세대의 공연까지 펼칠 수 있는 무대이다. 작년에 열린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씨의 은퇴 기념 헌정 공연,재즈 보컬리스트 김준씨의 고희 기념 연주회 등도 '재즈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앞으로도 '재즈파크'를 계속 후원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즈 외에 클래식,국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메세나 활동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