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실적을 발표한 22일 주가는 급락했다.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와 도이치증권은 지난주 하이닉스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이닉스 측은 이에 대해 "성급한 진단"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하반기 D램시장과 이에 따른 하이닉스 미래 실적을 둘러싼 전망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급락

하이닉스는 2분기에 매출 3조2790억원, 영업이익 1조450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6650억원에 달했다. 지난 분기 대비 매출은 16%,영업이익은 31%나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32%에 달했다. 2001년 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꾼 이래 최대 실적을 낸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4.24%나 떨어졌다. 외국계 창구의 매도 물량은 100만주를 밑돌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 판 것이 원인이다. 증권업계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도이치증권은 D램 값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2.72달러까지 솟아오른 것이 최대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로 하반기 D램 공급이 50%가량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도이치뱅크는 PC업체들의 D램 가격 인하 압박이 더해져 2.5달러 선인 D램값이 내년 말까지 1.3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RBS도 "하이닉스의 어닝(earning) 사이클이 끝났다"고 단정지었다.

◆하이닉스 "팔면 후회할 것"

하지만 하이닉스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D램 시장 경색은 없다며 "지금 주식을 팔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계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증산이 시장에 미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인 '윈도7 효과'로 새 컴퓨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증산→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하강 사이클에 완충작용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넷북,태블릿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로 보고 있다.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2분기의 상승세가 단박에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하이닉스의 주력상품이 대만업체들보다 앞선 DDR3인 데다 2분기부터 40나노(10억분의 1m) 미세공정을 사용한 D램 생산을 시작한 것도 이런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하반기 전망에 대해 시장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 같다"며 "하반기에도 반도체 시장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정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대만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선 주력상품인 40나노 D램(DDR3) 비중을 전체 제품의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차세대 기술인 30나노 공정을 이용한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30나노급 제품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20나노 제품 양산을 하반기에 시작하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