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냉동창고 동영콜드플라자] "밖은 폭염이라지만 여긴 영하 60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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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신발·두툼한 점퍼는 필수
"너무 추워 코·피부 벗겨지지만 여기는 열대야 없는 피서 천국"
"너무 추워 코·피부 벗겨지지만 여기는 열대야 없는 피서 천국"
불볕 더위가 며칠째 이어진 22일 오후 3시.부산 서구 암남동 수산단지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냉동창고인 동영콜드플라자 건물은 입구부터 서늘했다. 원양에서 잡아온 꽁꽁 얼린 참치들이 컨테이너 차량에서 내려져 6층 창고로 운반되면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입구를 지나 4개의 방으로 구성된 8000여㎡의 참치보관 창고에 들어서자 한겨울보다 더한 냉기가 얼굴을 때렸다. 반팔을 입고 들어가자마자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두툼한 점퍼를 바로 입지 않으면 2~3분도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이곳의 창고문은 냉동상태를 잘 보존하기 위해 모두 2중으로 만들어져 있다. 지게차들이 참치를 싣고 6층 냉동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공기와 바깥쪽 공기가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만들어진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60도.창고 바닥과 천장은 모두 성에로 가득차 있다. 40~50㎏의 참치를 얼려 원형 그대로 보관하다 횟감 등으로 보내기 위해 대기하는 보관창고다.
작업자들은 한겨울처럼 모자에다 장갑,두툼한 방수신발과 2중의 방한복을 입고 작업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참치를 나르는 지게차도 바깥쪽은 모두 냉기를 막기 위해 방탄유리가 부착돼 있다. 이곳에서 7년째 일하는 정연철 기사는 "여기서 일하면 너무 추워 3번 이상 코나 얼굴 피부가 벗겨져야 적응할 수 있다"며 "여름에도 시원하다 못해 춥다"고 말했다. 이곳은 여름이 겨울보다 추워 일하기도 더 힘들다. 창고 안과 바깥의 온도차가 여름이 더 큰 탓에 추위에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작업자들은 설명했다.
김준영 관리팀 사원은 냉동창고가 여름에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있다가 한번씩 물건을 체크하기 위해 냉동창고에 들어가면 하루 더위가 바로 사라집니다. 작업자들이 오늘처럼 하루 1000t을 작업하면 더울 만도 한데 땀 한방울 안 나고 오히려 추위를 타니 어느 피서지보다 여기가 좋지요. 요즘처럼 열대야로 집에서 잠을 설칠 때면 공장 생각이 나곤 합니다. " 그는 창고에 너무 오래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뜨거운 커피를 마시기도 한단다. 일부 작업자들은 실내 작업을 위해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가지고 들어가 마신다.
1999년 12월 개장한 이 창고는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6만6000여㎡로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다. 이 창고가 일시에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은 줄잡아 8만여t.10t트럭 8000여대 분량에 달한다. 수산물이 95%,농축산물이 5% 정도 보관된 상태다. 특히 이 창고는 콘크리트 외벽 밖에 단열공사를 해 내부용적을 최대화했고,여름철 건물 외벽이 받는 열을 최대한 차단,전기료를 15% 정도 절감되도록 했다. 그럼에도 한 달 평균 250㎾를 쓰는 일반가정 3800세대가 사용하는 분량과 맞먹는 95만㎾의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임에도 하루 전기료가 160만원을 웃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물론 이 냉동창고는 동양 최대 규모다. 동영콜드플라자는 동원참치 등 국내 굴지의 참치 판매기업에 물량을 대고 있다.
정 기사는 "여름에도 너무 추워 냉동창고가 징글징글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참치들이 언 상태로 보관되다 판매되는 것을 보면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며 "돈 받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시원한 곳에서 일하는 즐거움도 꽤 괜찮다"고 환히 웃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