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부처간 시각차] 금융당국 "거품 빠지는 것 당연" vs 국토부 "거래마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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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지수·실거래가 큰 격차
정책 입장따라 해석 제각각
DTI 규제완화 효과도 이견
정책 입장따라 해석 제각각
DTI 규제완화 효과도 이견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위해 수차례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여부를 매듭짓지 못한 것은 부동산 시장,그중에서도 특히 주택 가격을 보는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지금의 주택 가격 수준이 과거에 비하면 아직도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더 빠져도 괜찮다는 기본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청와대 경제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생각이 다르다. 가격은 충분히 떨어졌고,더 큰 문제는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주택 거래가 극도로 위축돼 시장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헷갈리는 주택가격 지표
주택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정부가 사용하는 것은 국민은행의 '주택매매가격지수'와 국토부가 매 분기 발표하는 '실거래가 동향' 두 가지다. 하지만 두 지표를 보면 최근 3~4년간 주택가격 움직임은 한마디로 방향을 알기 어렵다.
우선 주택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6년 4분기에 비해 지금 지수는 오히려 올라 있다. 2006년 12월 93.6이었던 지수는 2008년 7월 102.8까지 오르다 다시 하락해 2009년 3월에는 98.7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을 지속해 2010년 6월 현재는 101.8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수도권 전체를 놓고 봐도 비슷하다.
반면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는 전혀 다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는 2006년 4분기 9억6500만~11억5000만원 하던 것이 올해 2분기에는 8억6000만~9억2000만원으로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경기 과천시 주공4단지 60㎡ 도 2006년 4분기 5억~6억2000만원에서 올 2분기 4억8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주택매매가격지수와 실거래가 동향이 이처럼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주택매매가격지수의 경우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부동산 중개업소가 제공하는 호가를 바탕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펼 때 참고하는 두 주택가격 지수가 이처럼 차이가 나니 부처마다 시장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 VS 주택거래 활성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접근하는 두 가지 관점은 '집값 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다. 하지만 부처별로 두 가지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정책의 타깃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재정부와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주택 거래가 침체된 것을 우려하면서도 속으로는 집값 안정에 정책의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 과도하게 올랐던 아파트 가격 거품이 빠지는 게 뭐가 나쁘냐는 것이 대다수의 정서"(재정부 관계자)라는 것이다. 더구나 "DTI 규제를 정부가 완화해줄 경우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메시지밖에 안되지 않느냐"(금융위원회 관계자)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반면 국토부 입장은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드시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역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실수요자들조차 집값 하락을 우려해 매수를 늦춰 거래가 안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DTI 등 규제를 완화해 거래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 시각차
국토부는 DTI 상향 조정이 침체된 부동산 거래를 되살리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DTI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주택 거래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인 사람이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DTI 규제 때문에 약 2억원밖에 빌릴 수 없다. DTI를 10%포인트 높여준다면 빌릴 수 있는 자금은 5000만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집을 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집을 사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DTI 완화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자의 평균 DTI는 서울 23%,경기 20%로 한도(40~60%)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도를 더 늘려준다고 해봐야 추가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긴 무리라는 것이다.
정종태/김재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