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3일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미국 증시의 급반등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된 외국인이 현 · 선물 시장에서 81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금융 철강 조선 기계 등 '소외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돼 주목된다. 다만 유럽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와 미국 중국 등의 실물경기 지표에 따라 단기적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 · 증권주 동반 급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22.53포인트(1.30%) 상승한 1758.06으로 마감,지난 14일 전 고점(1758.01)을 7거래일 만에 소폭 넘어섰다. 전날 뉴욕증시가 주요 기업의 실적 호전으로 1.99% 급등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개장 초부터 175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이 '사자'에 나섰지만 개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로 상승폭이 제한됐던 지수는 오후 들어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서자 곧바로 1760선에 근접했다.

은행주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외국인 순매수 1위에 오른 KB금융은 7.74% 급등했고 기업은행(6.23%) 하나금융(5.49%) 신한지주(4.54%) 등도 동반 상승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유럽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 데다 주요 은행들이 2분기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덕분에 3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의 전 고점 돌파에 힘입어 대우증권(7.31%) 현대증권(7.20%) 우리투자증권(5.42%) 등 증권주들도 일제히 강세였다.

외국인은 이날 금융주를 832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 조선 등 운수장비(332억원) 기계(265억원) 철강(202억원) 등의 제조주를 집중 매집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이외의 종목으로 외국인의 매수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외국인은 그동안 보유 비중을 낮췄던 은행주와 최근 중국의 긴축 완화 움직임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 기계 조선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컴백'으로 박스권 돌파 기대


잠시 조정을 받았던 시장이 전 고점을 다시 넘어서자 박스권 상향 돌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외국인 매수세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5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6조2680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지난달 7075억원 순매수로 전환한 이후 이달 들어서도 1조7800억원 이상 사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이후 순매수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선물시장에서도 이날 약 59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고비를 넘겼고 '더블딥' 우려가 제기됐던 글로벌 경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외국인이 상승장에 무게를 두고 투자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유럽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좋게 나오면 5월 이후 자금을 빼갔던 유럽계 투자가들이 다시 한국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락 조정 짧아져

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20일 이동평균선을 탄탄하게 지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상승 후 조정폭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지난 4월26일 고점(1752.20) 이후 조정폭이 90포인트에 달했지만 6월 말에는 70포인트로 줄었고 이달에는 30포인트 이내에서 조정이 마무리됐다. 김 팀장은 "지수가 조정폭을 줄여가며 점진적으로 우상향하는 것이 강세장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해외 변수만 안정되면 '서머랠리'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금융주와 철강 기계 등 소재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주말 해외 증시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장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것으로 성급하게 예상하기보다는 유럽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이후 해외 증시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