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에 걸쳐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1965년 공단이 조성된 이후 45년 만인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입주 기업 1만개사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본지 4월29일자 A1,22면 참조


구로디지털단지를 관리하는 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는 이를 기념해 오는 8월 말 입주 기업들과 함께 자축행사를 연다. 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에 1만개의 기업이 들어선 산업단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구로디지털단지가 세운 기록이 갖는 의미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잔칫상을 받아야 할 입주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A업체 관계자는 "(1만개사 입주는)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정부,지자체가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볼멘 소리를 했다. B업체 관계자도 "말로만 대한민국 대표 산업단지라고 치켜세울 뿐 실제로는 홀대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입주 기업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전국 주요 산업단지 가운데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한 기업이 가장 많지만 이곳의 관리 · 운영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 27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정부가 주요 국가산업단지의 내부 인프라를 개선하는 구조고도화사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지방의 낙후된 산업단지를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른 결과다.

지자체의 지원도 거의 없다. 매일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는 '수출의 다리'(디지털단지 1단지와 2 · 3단지를 잇는 다리) 등 기초적인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산단공 관계자는 "서울시의 구로디지털단지에 대한 지원은 구청을 통해 도로를 보수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입주 기업들은 정치권의 관심도 시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로디지털단지에 근무하는 인원은 12만명을 넘어섰지만 대부분이 외지에서 유입되는 인구란 점에서 적극적으로 '표' 관리를 않는다는 지적이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규모면이나 입주 기업들의 기술력에서나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집적단지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은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8월 말 기념행사를 구로디지털단지의 비전을 소개하는 IR 장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