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RF에서 참가국 대표들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의 완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촉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한 · 미 군사훈련과 '2+2(외교 ·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지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대북 무기금수,금융제재,화물검색 조치등을 골자로 한다.

클린턴 장관은 또 "북한에 대한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이 5년 전 비가역적(irreversible) 비핵화 약속을 지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면 우리는 기꺼이 북한과 대화하고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어떤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ARF 외교장관회의 자유토론에서 5번째 발언자로 나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북한의 사과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그는 "천안함 도발행위를 명확하고 진실하게 시인하고 사과하라"며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진실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의 사과요구에 대해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한 · 미가 자신들의 공동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남북이 천안함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인 가운데 양측의 우군격인 미 · 일과 중 · 러가 가세한 '슈퍼 외교전'이 펼쳐졌다. 클린턴 장관은 이웃국가들에 대한 북한의 위협과 공격 중단을 촉구했으며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도발 자제를 요구했다.

귀빈대기실에서 유 장관이나 클린턴 장관,오카다 외상은 북한의 박 외무상과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ARF는 이날 천안함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 초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공격(attack)'으로 규정한다는 내용과 북한을 '규탄(condemnation)'한다는 문구는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