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증시는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기둔화 우려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실적주들이 눈치를 보는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박스권 장세에서도 주가가 비교적 강세를 보여왔던 대표적인 실적주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기아차와 SK에너지다.

SK에너지는 전날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 소식에 급등했다. 정유부문에 대한 실적확인까지 더할지가 주목된다. 자동차주가 최근 상대적인 부진을 보였는데, 기아차의 실적발표로 이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물론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고도 급락했던 하이닉스 반도체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아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은 오히려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거시적인 지표들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과 2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유럽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발표 등은 불확실한 요소다. 지표부진이나 스트레스테스트 발표를 우려할 필요없다는 분석들도 많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3만7000건 증가한 46만4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4만5000건을 훨씬 웃돌았다.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지난 6월의 기존주택판매는 전달대비 5.1%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는 저가 매수세와 퀼컴, UPS 등의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2일(현지시간) 전날보다 201.77포인트(1.99%) 오른 10322.30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24.08포인트(2.25%) 급등한 1093.67을 나타냈고, 나스닥 지수는 58.20포인트(2.66%) 상승한 2245.53으로 장을 마쳤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 요인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수급 여건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닝스 시즌을 맞아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기대했던 IT와 자동차 대형주들이 전일 동반 부진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실적발표 이후 차익실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군들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 연구원은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긍정적"이라며 "이는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하고 기업들의 어닝스 발표 자체도 성장성 기대감을 훼손시키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증시 조정이 추가 상승을 위한 일시적인 것으로,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 증권사 박성훈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일주일째 5일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고점을 높이지 못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중요한 기로점에 서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조정은 추가 상승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과정으로, 계단식 상승패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제한적 지수 등락 속에서 발빠른 종목별 대응이 우선이라며 IT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이 증권사 유수민 연구원은 "이번 어닝시즌에서 보여준 정보기술(IT) 업종의 절대적 이익수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IT 종목의 주가는 하반기의 우려를 선반영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 했다는 점도 IT업종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더블딥 논란과 심리적 부담 지속될 수 있지만 4분기부터는 긍정적 요인들 부각될 가능성 있다고 주장했따.

그는 "중국, 한국 선행지수 반등으로 아시아, 이머징 경기 상승세 재개될 것"이라며 "금융시장 진정 효과 반영될 3분기 후반부터의 경제지표들은 지금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11월 G20에서 경제전망, 재정 건전화, 출구전략 등 큰 이슈들에 대한 논의 후에는 정책 우려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경닷컴 김하나·오정민·정인지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