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에는 남아공월드컵 축구와 디펜딩 챔피언 KIA의 부진이라는 악재에도 400만명이 넘는 팬이 야구장을 찾아 흥행 열기를 이어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전반기를 모두 마친 22일까지 2010 프로야구 누적 관중은 405만9천8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늘었다.

막강 화력을 자랑하며 '가을 야구'를 기대하는 롯데가 가장 많은 75만1천817명을 동원해 흥행을 주도했고 역대 최소경기 시즌 60승 고지에 오르며 독주체제를 굳힌 SK도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72만496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과 LG도 각각 72만5천740명과 71만3천184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LG는 전신인 MBC 시절을 포함해 프로구단 최초로 통산 홈 관중 2천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범경기부터 관중이 몰려 '흥행 대박'을 예고했던 프로야구는 3월27일 개막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과 잠실, 대구, 사직구장에서 모두 만원을 이뤘다.

이어 5월30일에는 문학구장에 통산 1억번째 유료관중이 들어오면서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의 지위를 굳게 지켰다.

프로야구보다 1년 늦은 1983년에 출범한 프로축구가 5천만명이 채 안되는 관중을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눈부신 쾌거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소경기인 243경기 만에 시즌 관중 300만명을 달성했고 20일에는 1995년(344경기) 이후 두 번째로 빠른 355경기 만에 4년 연속 400만 관중이 들어왔다.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는 이전보다 관중이 29% 감소했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은 8천855명으로 4년 전 독일 월드컵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인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대표팀의 선전으로 조성된 야구 붐이 이제 정착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진형 KBO 홍보팀장은 "국제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진영(LG)이나 이용규(KIA) 같은 스타를 보려고 여성팬들이 몰려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 관중도 늘었다"면서 "온 가족이 즐기면서 프로야구가 일상화, 생활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구장에 잔디 동산이 조성되는 등 구단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관전 환경을 향상시키고 건전한 응원문화를 만든 것도 흥행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두산과 삼성의 치열한 2위 다툼, 롯데와 LG의 4강 진입 경쟁도 인기에 불을 댕기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후반기 순위 싸움이 더 뜨거워지면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한 지난해의 592만5천285명을 넘어 600만 관중 시대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형 팀장은 "지금의 관중 증가세가 유지되고 인기구단 '엘롯기 동맹'(LG-롯데-KIA)의 성적이 뒷받침되면 6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

4월에 눈이 내려 프로야구 경기가 사상 최초로 '강설 취소'라는 진기한 사례를 남겼고 비가 자주 내리는 등 유난히 변덕스러운 날씨는 후반기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팀 최다인 16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지난해 우승팀 KIA가 여전히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흥행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애물을 넘어 프로야구가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각 팀의 성적만큼이나 '흥행 성적표'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