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는 신안 천사(1004)개 섬 중 보물섬이다. 인심이 좋고 풍광은 맑으며 물산도 풍부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증도는 앞바다에서 진짜 보물이 발견된 섬이다.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나오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14세기 송 · 원대의 신안해저유물 발굴지가 바로 증도 방축리 앞 도덕도 인근 해역이다. 증도에는 딱히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신안해저유물에 버금가는 보물이 또 있다.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의 슬로시티 인증에서 확인되듯 섬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전통과 느림 그리고 생명의 미학'이 그것이다.

◆전통과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증도는 천일염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천일염은 자연의 때를 기다리고,자연이 만들어주는 대로만 거둘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증도에는 단일 염전으로 국내 최대인 4.6㎢(140만평) 규모의 태평염전이 있다. 염전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평염전에서는 연간 1만5000t가량의 천일염이 난다. 국내 천일염 시장의 78%를 차지하는 신안산 천일염의 7%에 해당하는 양이다.

천일염은 바람과 햇볕과 기다림의 합작품이다. 바닷물이 저수지와 증발지를 거쳐 결정지에서 소금꽃으로 피어나기까지 보통 20~25일 걸린다.

저수지로 끌어들인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1~3% 정도인데 1,2차 증발지를 거치면서 확 올라간다. 증발 도중 비가 내리면 증발지 중앙의 지붕이 있는 함수창고에 모아놓고,다시 날이 맑으면 함수창고에서 퍼올려 결정지로 보낸다. 함수창고에 저장된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20~25%.결정지에 물을 들이고 나서 사흘가량 맑아야 소금꽃이 활짝 핀다. 바쁘다고 다그칠 수 없는 기다림의 결정체가 천일염인 것이다.

염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3㎞ 정도의 길 풍경이 정말 새롭다. 60여동의 소금창고가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고 바둑판 모양 증발지는 그 끝이 지평선에 닿아 있다. 햇볕이 강해지고 바람이 불기만 기다리는 증발지며 결정지의 풍경은 딱 멈춰진 시계바늘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 무료한 기다림이 도심 한복판에서의 속도전을 능히 앞지르는 느낌이니 대체 무슨 까닭일까.

짱뚱어다리로 향한다. 면 소재지인 중동리와 우전해수욕장 사이의 갯벌을 건너는 470m 길이의 나무다리다. 물이 들면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들고,물이 빠지면 다리 아래로 기름진 갯벌이 펼쳐진다. 짱뚱어를 비롯한 갯벌생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 검은 갯벌의 생명력이 경이롭다. 다리 위로 걸쳐지는 낙조 또한 진한 울림을 준다.

◆동남아의 프라이빗 해변?

순비기전시관 쪽에서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우전해수욕장이다. 우전해수욕장은 4㎞나 뻗은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섬이라지만 서해쪽 해변의 모래가 이렇게 희고 고울 수 있을까.

짚으로 만든 파라솔과 그 아래 나무로 된 선베드 또한 동남아 어디쯤에 있는 근사한 리조트의 프라이빗 해변 같은 느낌을 준다. 물이 빠지면 저 멀리 김양식용 지주가 박혀 있는 곳까지 갯벌이 드러난다. 은빛 모래와 갯벌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 해수욕장이다.

해변 뒤로 펼쳐진 해송숲이 울창하다. 50여년 전 조성된 방풍림이다. 이 해송숲은 울릉도와 독도,백두산 모습까지 선명한 한반도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 면사무소 옆으로 산행길이 나 있는 상정봉에 오르면 된다. 정상까지 1.5㎞로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이 만들어 놓은 한반도 지형을 확인할 때의 감동이 진하다.

해송숲은 숲 안의 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증도를 걸어서 일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모실길 중 '천년의 숲길'이다. 파도소리와 바람, 솔향에 취해 걷는 걸음걸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우전해수욕장의 활처럼 휜 백사장과 솔숲이 끝나는 오징어바위 일대에 엘도라도 리조트가 자리해 있다. 아마존의 황금도시란 이름처럼 근사한 리조트다. 요트크루즈를 포함한 해양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증도=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서울에서 경부고속국도~천안·논산고속국도~공주분기점~당진·대전고속국도 서천·청양 방향~공주·서천고속국도~서주분기점~서해안고속국도~함평분기점~광주·무안고속국도~북무안나들목~24번국도~현경면~해제면~지도연륙교~지도읍~솔섬~지도대교~사옥도~증도대교~증도.고속버스로는 광주에 내려가 지도행 버스를 탄다. 지도에서 증도행 버스가 자주 다닌다.

숙소로는 엘도라도리조트(02-3288-6000)가 좋다. 우전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유럽풍 해양 별장형 리조트다. 30동 185실 규모다. 전 객실 바다 전망이며,월풀이 설치돼 있다. 2차분 객실을 분양 중이다. 소금박물관(061-275-0829)에서 매일 2회 소금밭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물관 앞 증도소금세상(061-261-2211)에서 소금동굴 힐링체험을 할 수 있다. 소금 판매장도 있다.

요즘 증도는 민어가 제철이다. 송도 공판장에서 맛볼 수 있다. 공판장의 중매인 집에서 민어를 소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