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우울하다.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뭇매를 맞고 있고 횡령 등이 판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코스피지수가 23일 오전 현재 1% 가까이 오르고 있는 데 비해 코스닥지수는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480선을 위협받고 있다.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IT와 자동차주가 조정을 받자 고스란히 불똥이 뛴 코스닥시장에서 IT와 자동차 부품주들이 급락하며 지수가 큰 폭으로 빠졌다.

이날도 코스닥 대장주인 서울반도체가 4% 이상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오전 10시54분 현재 에이스디지텍(-2.83%), 루멘스(-1.27%), 이오테크닉스(-1.81%), 아토(-3.27%), 에스에프에이(-2.08%), 우리이티아이(-1.07%) 등 IT부품·장비주와 성우하이텍(-1.25) 등 자동차부품주도 연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닷새 연속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고, 셀트리온, DMS, 에스에프에이, SK브로드밴드, 성우하이텍 등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에 대해 최운선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현재 기관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들을 먼저 정리하다 보니 코스닥시장이 충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시장에서 IT, 자동차 등이 오르면서 코스닥시장에서 관련 부품주들이 동반 상승한 부분도 있어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들이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먼저 조정을 받고 있는데 수급 악화를 실적으로 극복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횡령과 배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의 조회공시 건수는 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건)보다 28% 늘어났다. 특히 횡령·배임 건수는 25건으로 지난해(12건)보다 108%나 증가했다. 횡령과 배임 관련 조회공시는 '인정' 답변 비율도 92.9%에 달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 이어 올해도 횡령·배임 관련 조회공시가 한건도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상장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집을 강화하면서 횡령·배임 관련 조회공시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횡령·배임 등에 대한 조회공시 등을 강화해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