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후 돈 흐름은] 국내 주식형펀드 1조7천억 빠져…CMA 잔액은 다소 늘어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공모 채권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수익률 저하를 우려한 개인들이 환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로 연기금 등 기관이 투자하는 사모형태의 채권형펀드에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라 1조원이 넘는 순유출이 이뤄졌다.

◆개인 발 빼고 기관은 투자하는 채권 펀드

지난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9일 이후 공모형태의 채권형펀드에서는 439억원(21일 기준,상장지수펀드(ETF) 제외)이 순유출됐다. 39억원이 순유입된 12일을 제외하고는 전부 유출이다. 하지만 기관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형태의 채권형펀드는 같은 기간 995억원 순유입을 보였다. 기관의 자금유입으로 전체 국내채권형펀드에는 555억원이 유입됐다.

개인과 기관이 엇갈린 행보를 보인 것은 금리인상을 해석하는 시각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전 채권형펀드에서 미리 발을 뺐던 기관들은 실제로 금리가 인상되고 나자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측면에서 비중을 늘린 반면 개인들은 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불안심리로 환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사모시장을 주도하는 기관이나 거액 자산가들이 금리 인상 후 불확실성이 감소됐다는 측면에서 채권자산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며 "공모시장을 주도하는 일반 개인들은 금리 인상의 부작용과 향후 추가인상 가능성에 대한 불안심리가 앞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형펀드에서는 금리인상 이후 자금유출이 이어졌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횡보하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환매욕구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조7232억원 순유출됐다.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뚫고 1750선을 돌파했던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사이에만 1조25억원 빠져나갔으며 금리인상 이후 9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갔던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4373억원 순유출됐다.

◆고객예탁금과 CMA는 증가추세

[금리인상 후 돈 흐름은] 국내 주식형펀드 1조7천억 빠져…CMA 잔액은 다소 늘어
투자자가 금융투자 상품의 매매나 주식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넣어둔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난 9일 12조4198억원이었던 고객 예탁금은 21일에는 13조7834억원으로 10.91% 급증했다.

수시입출금 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같은 기간 41조8925억원에서 42조5466억원으로 1.56% 늘었다.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에서 환매된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을 이탈하기보다는 증시주변에 머물며 투자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80조2171억원에서 78조7437억원으로 1.8% 줄었다. 문수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MMF의 자금유출입은 기관의 단기적인 자금수요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금리인상 영향도 일정 부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펀드 계속 관심 가져야

전문가들은 금리가 인상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고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조언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의 하향안정 국면이 지속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기회복과 함께 기준금리 및 시중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므로 채권자산의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로도 해석되기 때문에 주식형 중 대형 우량주 위주로 편입하는 펀드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또 채권은 무조건 기피하기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의 경우 채권형펀드 중 장기물에 투자하는 펀드가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장기물 채권에는 이미 금리인상분이 선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 가입한다면 다른 단기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