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직원과 오찬…도시락회의·자정 퇴근
체벌금지령 등 진보정책엔 의견 분분


취임 후 한 달이 다 돼가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파격적인 행보와 업무 스타일이 시교육청 직원들 사이에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23일 시교육청 직원들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전날인 22일 오후 청사 관리업무를 맡은 총무과 소속 방호원들과 `막걸리 만찬'을 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시교육청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용역 아주머니 17명과 오찬을 하면서 일할 때 불편함과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곽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아주머니들이 원래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이른 새벽 5시에 나오고 아침식사조차 할 시간이 없어 도시락을 갖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주머니들은 세금을 빼고 70여만 원 정도를 한 달 봉급으로 받는다.

곽 교육감은 용역업체 담당자에게 `아주머니들이 1시간 일찍 출근하고 있으니 최소한 30분 정도는 일찍 퇴근하도록 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 퇴근 시간을 앞당겼다.

여기다 아주머니들의 아침식사 문제도 시교육청이 해결해주기로 했다.

교육청의 한 직원은 "교육감이 외부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용역 직원과 식사를 한 것 자체가 예전 어느 교육감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취임 직후부터 이어진 빡빡한 일정 때문에 간부들과는 오찬 한 번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든 자리라는 점에 비춰 새로운 소통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실용적 업무 스타일도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7일 시교육청 9층 소회의실은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다음날 첫 기자간담회를 대비하기 위한 회의였는데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전원 참석했다.

통상 한 두 시간이면 끝나는 회의는 밤 10시를 훌쩍 넘겨 10시40분께 끝났고, 참석자들은 회의 중간에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한 간부는 "도시락까지 먹어가며 회의해본 건 처음이다.서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뭐가 문제인지 등을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곽 교육감을 말할 때 거론하는 또 하나의 `파격'은 퇴근시간이다.

비서실의 한 직원은 "공식적인 만찬 등을 포함해 거의 매일같이 오후 11시를 넘겨 퇴근하고 있다.자정을 넘기거나 새벽 1시에 퇴근하는 때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달 1일 취임한 이후 주말을 포함해 출근하지 않은 날이 딱 하루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체벌금지령, 진보성향 위주의 징계위·인사위 구성 등 논란이 되는 정책을 놓고는 직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솔선수범하는 업무자세만큼은 외부에서도 알아줄 만하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