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비자' 프로그램 실시
유럽 지난해 '블루카드' 도입
체류제한 완화·영주권 혜택
최근 세계 각국이 이민 규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이민자들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인센티브까지 부여하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도 이민자들 덕분
미국의 과학기술은 이민자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인구조사(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와 엔지니어 중 대졸자의 24%,박사학위 소지자의 47%가 이민자들이다.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는 인력의 상당수가 중국 인도 대만 러시아 출신이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기업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들이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야후의 제리 양 등이 대표적이다.
이민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의 전문인력 취업비자인 H1B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 미국은 H1B비자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어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각국의 고급 인력을 유치했다. H1B비자는 학사학위 소지자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비자다. 비교적 간단한 심사만으로 6년간 미국 체류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의 기업 및 대학들은 1년에 6만5000명으로 제한돼 있는 H1B비자의 쿼터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이 쿼터로는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 이민개혁안에도 고급 인력 우대 정책이 반영돼 있다.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 전공자로 미국 대학원에서 석사 이상 학위를 취득한 외국 유학생들에 대해선 즉각 미국에 취업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럽도 고급 인력 OK,노동자들은 NO
이민자들에 대해 문을 점차 걸어잠그고 있는 유럽도 고급 해외 인력 유치엔 열심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이민자들 중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고 단 5%만이 EU로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비숙련 노동자들의 85%가 EU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2009년 '블루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취업이민 영주권인 '그린카드'를 본뜬 것이다. 블루카드를 받은 이민자는 EU 내 회원국에서 최초 18개월간 머물 수 있다. 이후에도 연장이 가능하고 당사자가 원하면 다른 회원국으로 옮길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다만 EU는 블루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카드 신청국 내 평균 급여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는 고급 인력으로 제한했다. EU는 향후 20년간 2000만명의 고급 인력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내 각국의 고급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기술이민점수제를 도입했다. 이민자들 중 고급 인력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취업 이민시 2년 거주 요건만 채우면 영주권을 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비숙련 노동자에 대해서는 단기 취업만 허용한다. 프랑스도 2006년부터 숙련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들에게 비자를 우선적으로 내주고 있다. 독일도 2005년부터 비(非)EU 지역의 전문직 인력이 자국 내에서 쉽게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