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낭자들이 순조롭게 '알프스 등반길'에 올랐다. 23일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파72)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안선주(23) 최나연(23 · SK텔레콤) 등이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대를 모은 KLPGA투어 선수들은 하위권으로 처져 대조를 이뤘다.

◆'알프스 징크스' 넘는다

초반 눈길을 끈 선수는 안선주다. 지난주 일본LPGA투어 스탠리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안선주는 첫날 6언더파 66타로 공동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둘째 날에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안선주는 2라운드에서 버디 5 · 보기 4 ·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잃었으나 합계 5언더파 139타로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최나연은 안선주보다 1타 앞선 합계 6언더파 138타로 경기를 마쳤다. 장 정(30 · 기업은행) 전미정(28 · 진로재팬)도 최나연과 같은 순위다.


▶23일 밤 11시 현재

올 시즌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안선주는 한국(6승)과 일본(2승)에 이어 미국 무대까지 점령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선주는 지난 겨울 훈련 때 한라산을 오르내리고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 15㎏이나 감량했다. 몸이 가벼워져 스윙이 부드러워졌고 거리도 늘었다. 마지막 날까지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까지 덤으로 얻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신지애 서희경 유소연 등과 경쟁을 벌였던 안선주는 올해 JLPGA투어에 데뷔해 상금랭킹 1위(약 5573만엔)를 달리고 있다. 미국LPGA투어 우승은 없지만 첫날 내로라하는 선수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한국골프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특히 18번홀(파5)에서는 특유의 장타력으로 이글을 잡아내며 선두권에 합류했다. 안선주는 2라운드에서는 7번홀(파5)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혀 선두자리를 내주었으나 여전히 선두권이다.

한국(계) 선수들은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컵과 인연이 멀어 '알프스 징크스'라는 말이 생겼다. 올 시즌 4승을 거둔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지난해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이미나(29 · KT) 등을 제치고 미L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게 바로 이 대회다. 최나연과 장 정이 2008년과 2007년 2위에 머무르는 등 알프스의 벽은 높았다. 올해는 우승 기대감이 크다. 코스 길이가 6345야드로 짧은 편인 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코스 상태가 국내 골프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도 상승세다.

◆부진한 KLPGA투어 선수들

KLPGA투어 멤버는 서희경(24 · 하이트) 이보미(22 · 하이마트) 홍 란(24 · MU스포츠) 김현지(22 · LIG) 서보미(29 · 핑골프웨어) 등이 출전했다. 그 가운데 서희경만 커트통과가 확실하다. 서희경은 2라운드합계 2오버파 146타로 50위권이다. 홍 란은 2라운드 17번홀까지 3오버파,김현지는 4오버파 148타로 커트통과 여부가 유동적이다. 서보미는 7오버파,이보미는 10오버파 154타로 탈락했다.

간신히 커트라인을 넘은 서희경은 드라이버샷 거리가 252야드로 국내 대회 때보다 10야드 이상 줄었다.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도 66%대로 샷 정교함이 떨어졌다.

국내 선수들은 지난 주말 장거리 비행 끝에 프랑스에 도착해 시차 적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나경우 제이나골프아카데미 프로는 "국내 선수들과 미국LPGA투어프로들의 실력차가 큰 건 아니다"며 "보통 두세 대회를 연속으로 뛰어야 투어 적응력이 높아지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