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의 상대 화폐를 기존의 달러에서 바스켓통화로 바꿔 고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바스켓을 구성하는 화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최근 대두되고 있는 '무늬만 변동환율제'란 국제적 비판을 의식한 정치적 발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샤오롄 인민은행 부총재는 23일 인민은행 웹사이트를 통해 "점진적으로 바스켓통화 대비 환율을 고시해 대중이 꼭 달러 대비 환율에만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 변동은 특정 국가와 무역 상황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며 "달러에 대한 환율만 신경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복수통화바스켓에 어떤 화폐가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작용해서 환율이 결정되는지 등 구체적인 사안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며 "인민은행이 독자적으로 환율결정시스템을 운용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달 20일 미국 달러에 연동된 페그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복귀했지만 일각에선 무늬만 변동환율제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위안화가 복수통화바스켓에 기반하기보다는 달러에만 연동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복수통화바스켓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면 위안화가 오히려 달러에 대해 절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복수통화바스켓 기준으로 안정시킬 경우 위안화 가치는 향후 3개월간 달러 대비 3%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19일 이후 미 달러 대비 0.8%가량 올랐다.

저우치런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수출 부양이 필요하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의 인위적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저우 위원은 "중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핵심 수출 부문의 타격을 막기 위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비록 미국이 좁은 변동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수출입업체에 위안화 환율이 실제로 변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후 부총재의 발언에 대해 위안화 환율에서 미국 달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수출 부진시 환율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