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위에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일 야근으로 밤 10시를 넘어 퇴근하는 중견기업의 정모 부장은 1주일이 넘어도 떨어지지 않는 감기에 갑티슈에서 연거푸 화장지를 뽑아 코풀기에 바쁘다. 하루 종일 환기도 안 되는 밀폐된 빌딩에서 근무하느라 머리는 무겁고 에어컨 바람에 가래는 끓고 목도 칼칼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4월 둘째주(15주)를 기점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 환자는 줄었으나 6월 초순부터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통년성 바이러스로 인한 일반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콧물 등 주로 코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라이노바이러스는 6월 둘째주(24주)에 전체 급성 호흡기감염 환자의 19.3%에서 검출되다가 6월 마지막주(27주)에 10.7%로 바닥을 치는 듯했지만 7월 셋째주(29주)에 다시 17.3%로 상승했다.

인후통 고열 유행성각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도 27주와 29주에 각각 환자의 11.3%,17.5%에서 검출되는 등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데노바이러스의 최근 4주간 검출률(26~29주)이 12.3%로 4년간(2006~2009년) 연평균 검출률 2.3%보다 5배를 넘었다.

아울러 주로 영유아에게 목통증 기침 고열 등을 일으키는 보카바이러스의 최근 4주간 검출률도 5.3%로 4년간 연평균인 1.6%보다 3배를 웃돌았다. 주로 여름에 감기와 함께 설사 장염을 동반하는 엔테로바이러스도 최근 4주간 검출률이 7.0%로 3년 내(2007~2009년) 같은 기간 평균인 2.6%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보카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의 검출률 상승은 올 여름 감기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처럼 요즘 여름감기가 유행하는 데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봄철 내내 평년보다 기온이 낮다가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와 습한 날씨로 환자들의 면역력이 떨어진데다 에어컨을 과다 사용한 게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아데노 · 보카 · 엔테로바이러스의 검출률이 높아진 특성은 있으나 일반적인 감기일 뿐 독감(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이나 예년보다 증상이 심해진 감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식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에어컨에 의한 냉방병이 감기를 유발 또는 악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기침 콧물 인후통을 호소하면 에어컨에 레지오넬라균이 서식해 발생하는 냉방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두통과 피로감을 느끼고 어깨 팔다리가 무거우며 허리가 아프고 몸에 한기를 느끼고 소화불량 복부팽만감이 나타난다면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들은 생리불순과 생리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냉방병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며칠만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면 저절로 회복된다. 다만 당뇨병 만성신장병 암 천식 등 기저질환을 가졌거나 면역력이 장기간 저하된 사람은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영유아들은 에어컨이나 일교차 등에 따른 온도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감기에 걸리기 쉽다. 더욱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면 집단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의해야 한다. 어린이는 장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설사가 동반될 경우 증상이 급속하게 악화되기 때문에 증상이 감지되면 빨리 대처해야 한다. 또 장바이러스는 뇌수막염을 초래할 수 있어 발열이 지속되거나 두통이 심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가을부터 올 연초까지 유행했던 신종플루(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가 곧 겨울에 접어드는 호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반구에서 확산될 시기이므로 이 지역을 다녀온 사람과 접촉해 감기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없이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영양공급은 기본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방울,콧물과 접촉하거나 악수를 통해 손에서 호흡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수시로 손을 씻어야 한다. 이와 함께 생수나 이온음료를 이용한 충분한 수분공급,과일 야채 주스를 통한 비타민 및 미네랄 섭취가 필요하다.

에어컨은 자주 필터를 청소하거나 교체해주고 실내 온도는 18~22도,실내외 온도차는 5도 안팎으로 유지해 가동하며 1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준다. 더위를 피해 선선한 새벽이나 해가 진 후에 30분 정도의 산책이나 운동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 고열이나 심한 설사가 발생하면 해열제와 수액을 주사해 열성경련이나 탈수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여름 감기 이기는 생활 노하우 10

① 감기 끝에 오는 비염 축농증 알레르기질환을 잘 관리해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알레르기성 질환이 유전성이면 14세까지 주의한다.

② 규칙적인 운동으로 기초체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 및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③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을 피한다.

④ 실내 온도는 18~22도,습도는 45%를 유지한다.

⑤ 평소 찬 음료를 먹지 않도록 한다.

-장이 차고 약해져 자주 설사하고,폐기능이 떨어져 재채기 콧물 코막힘이 심해진다.

⑥ 알레르기 체질은 유제품 밀가루음식 인스턴트식품 커피 콜라 술 담배 등을 피한다.

⑦ 목욕이나 머리를 감은 후 마른 수건이나 드라이어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물기가 마르는 동안 체온이 저하돼 감기나 비염을 초래할 수 있다.

⑧ 감기나 비염을 자주 유발하는 요인을 찾아내 회피한다.

⑨ 생리식염수를 체온 정도로 데워 자주 코를 세척해 준다.

⑩ 코에 뿌리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제의 남용을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