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화장지 가지고 다녀라."

미국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실 휴지 구입 예산을 모두 삭감하는 등 '극단적' 내핍 경영에 나서 눈길을 끈다. 일부 미국 지자체의 재정 부실을 가늠케 하는 한 단면이다. 물론 "효과 없는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23일 CNN에 따르면 뉴저지주 뉴어크시의 코리 부커 시장은 최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 이상 소모품을 조달할 돈이 없다"며 "앞으로 공무원들은 자신이 쓸 프린트 용지는 물론 화장지도 스스로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구 30만명의 뉴어크는 방만한 공무원 조직 운용과 세수 감소 등으로 약 7000만달러(837억원)의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다. 부커 시장은 당초 시 산하에 조달관리공사를 설립,채권 발행으로 부채를 해결하려 했으나 시 의회가 반대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시는 또 경찰과 소방공무원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의 근무일수를 주 5일에서 주 4일로 줄였다. 하루치 임금을 아껴 인건비 20%를 줄이기 위해서다. 크리스마스나 국가공휴일에 길거리에 설치하는 플래카드 등 장식물도 모두 없애기로 했다. 시가 운영하던 수영장도 문을 닫는다.

부커 시장은 "문 닫을 수 있는 모든 시설의 문을 닫을 것"이라며 "나를 스크루지라고 불러도 좋지만 분명한 건 올해 시청 앞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어크시는 이 같은 마른 수건 짜기로 연간 1000만~1500만달러가량을 절약한다는 계획이다.

부커 시장은 그동안 "내핍 경영을 하지 않으면 올해 4분기에만 수천달러의 세금을 각 가정에 부과해야 하고,이렇게 되면 대량 주택 압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장의 발표 직후 두루마리 화장지를 목에 두른 채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은 "화장지를 없애는 것보다 더 확실한 절감 대책은 얼마든지 있다"며 "재정적자의 책임은 시장이 져야지,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이 무슨 죄가 있어 이런 굴욕을 당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