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8년 말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 국내외 해운업체들은 적자의 늪을 피하지 못했다. 예외가 있었다. DOF,파스타드,솔스타드,딥시서플라이 등 노르웨이,덴마크계 해양 특수선 전문 업체들은 지난해에도 5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컨테이너,벌크선 등 일반 상선 중심인 국내 업체들엔 부럽기만 한 대목이다.

#2.벌크선 중심인 STX팬오션은 20% 수준인 비(非)벌크선 비중을 2~3년 내에 30%로 높이기로 했다. 이종철 부회장은 "에너지 수요가 급증,심해 시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이미 해양 특수선 시장에 진출해 있으나 한국만 전무하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경기에 지나치게 민감한 상선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대신 유럽계가 장악하고 있는 해양 특수선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해운사 해양 특수선에 '눈독'


해양 특수선이란 해양작업지원선(PSV),해양시추지원선(AHTS) 등 극지방이나 심해에서 시추선이 원유를 뽑아낼 때 이를 측면에서 지원해 주는 선박을 일컫는다. 업계 관계자는 "PSV의 평균 단가는 컨테이너선(파나막스급)과 비교해 t당 20배 비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 장만하기만 하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장점이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일반 상선에 비해 회전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해양 특수선 분야 세계 1위인 DOF는 지난해 8300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률이 24%에 달했다. 전년 대비 이익률은 다소 하락했지만 매출은 엇비슷해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파스타드,솔스타드,딥시서플라이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53%,47%,43%다.

일본 업체들은 일찌감치 특수선의 장점을 눈치채고 2000년부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산코가 대표적인 사례로 총 37척의 해양 특수선을 거느리고 서부아프리카 유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국 조선소에 최근 PSV 4척을 발주하는 등 2012년까지 인도받을 해양 특수선도 12척에 달한다. 일본의 대표적 상선 전문 해운사인 K라인도 2007년 이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해운사도 사업 다각화 본격화


국내 업체들도 해양 특수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유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이에 따라 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도 활발해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북해 유전은 유럽계 독점이라 진입이 어렵겠지만 브라질,아프리카 등은 한국 해운업체들도 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STX팬오션은 심해 유전용은 아니지만 '헤비 리프트(자동차 운반선)' 등 기존 벌크선과는 다른 특수 목적선을 5척 도입,운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STX유럽이 PSV 등 해양 특수선의 주요 메이커인 만큼 이 분야로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진해운은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비중을 낮추는 것이 과제다. 최은영 회장은 컨테이너선 비중을 2020년까지 60% 이하로 낮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선 특수선 분야 진출도 여러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