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을 야성적 인재로 만들어라."

최근 금융업계 최초로 5연임에 성공한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66 · 사진)이 23일 바닥에서 탈출하는 비법을 공개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공보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낙하산 CEO'란 불명예를 안고 코리안리에 입성했지만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10여년 만에 아시아 1위,세계 13위 재보험사로 탈바꿈시킨 그다.

박 사장은 이날 출간한 '야성으로 승부하라(웅진윙스)'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해 온 인생 철학을 '야성'이란 키워드로 요약한다. 흔히 야성이라고 하면 터프함과 야만스러움 등을 연상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야성'은 이와는 다르다. 박 사장은 야성을 '지성을 포함한 생존본능''변화에 적응하는 능력''혁신과 창조를 일으키는 원동력' 등으로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대부분의 직장인이 입사 후 3년까지는 열정과 야성이 충만해 있다가 서서히 매너리즘에 빠져든다"며 "이때쯤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코리안리는 백두대간 종주,체력증진대회,실패사례 보고대회 등 전 직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매달 열고 있다.

박 사장은 야성을 조직에 확산시키기 위해 CEO 스스로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전쟁터에서 포탄이 두려워 부하를 앞세우는 장수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사장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260㎞를 직원들과 함께 완주했고 폭탄주를 마시더라도 직원보다 한 잔 더 먹는다.

코리안리는 최근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에 올랐다. 박 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 '야성적 인재'를 뽑기 위해 매년 신입사원 전형에 참여한다.

그는 "야성을 중시한다고 해서 터프하게 보이려고 오버하는 이들도 있다"며 "하지만 자기 세일즈에 서툴더라도 묵묵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야성적 인재"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