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경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제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올 상반기 11%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중국도 부동산 과열 억제 등 긴축을 강화하고 있어 하반기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유럽 역시 재정위기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이유다. 세계경기가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더블딥(이중침체)으로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해도 곳곳에 위험요인이 산적해 있는 만큼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우리경제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1%(전기 대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분기 성장률도 예상보다 높은 1.2% 안팎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당초 4.5%에서 5.75%로 대폭 상향조정한 배경이다. 그렇지만 향후 4~6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5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 흐름이 '상고하저(上高下低)'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신호에 다름아니다.

실제 하반기에는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유의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까지의 가계대출 잔액은 은행과 비은행을 합쳐 모두 564조279억원에 달해 한 달 사이에 6조원 넘게 증가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17개월 만에 올린 데 이어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은 커지고 소비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은행의 예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순이자 부담 증가분이 월평균 6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8.3%에 이르는 등 고용사정이 경기회복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고 물가 역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기 회복이 확실하게 안착될 때까지 불안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차단할 수 있도록 시장동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재점검해 출구전략 실행의 타이밍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 있으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