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면.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는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에드워드(잭 니콜슨)는 이혼을 거듭한 끝에 혼자 사는 괴팍한 사업가,카터(모건 프리먼)는 처자식을 위해 성실히 산 자동차 정비사다.

병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성격과 인생여정 모두 완전히 다른 만큼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둘 다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 된 뒤 지나온 삶에 대한 회의에 사로잡힌다. 둘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죽기 전에 하고 싶던 일들을 마음껏 해보기로 작정,병원을 나와 여행길에 오른다.

스카이다이빙,카 레이싱,문신 등으로 시작한 버킷 리스트는 점차 바뀐다. 눈물 날 때까지 웃기,모르는 사람 도와주기,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여행 끝에 카터는 평생 굴레라고 생각했던 가족이 실은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절감하고,에드워드 역시 소원했던 딸과 화해한다. 에드워드의 마지막 소원은 외손녀의 키스로 이뤄진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모습은 영화 '마이 라이프'에서도 그려진다. 시골 고물상 집 아들로 태어난 밥(마이클 키튼)은 일찌감치 집을 나와 앞만 보고 달린 끝에 광고인으로 성공하지만 갑자기 몇달밖에 살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태어날 아이에게 면도와 데이트 요령을 가르치고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주기 위해 비디오를 만들던 그는 주위 사람들의 평을 통해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갈등과 미움으로 외면했던 부모형제를 끌어안는다.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버킷 리스트'로 눈 덮인 킬리만자로 등정과 마라톤 완주를 꼽고 그렇지만 그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은 손자손녀를 안아보는 거라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영화 속 에드워드와 카터가 버킷 리스트 실행을 통해 얻은 건 별난 체험보다 마음 속 응어리 풀기 및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클린턴 역시 손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우리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정말 원하는 일이 뭔지 모르고 사는 수가 흔하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고 실천하다 보면 정신없이 내닫는 삶을 멈추고 진정한 꿈과 행복을 향해 삶의 좌표를 다시 설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