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쌍둥이 독트린' 논쟁…월가 최대 관심사 급부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경기와 증시흐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양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재정정책 우선순위를 적자 축소와 경기 부양 중 어디에 둘 것인가이고,다른 하나는 통화정책 대상에 자산시장을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를 두고 '쌍둥이 독트린' 논쟁이라고 부른다.
첫째 논쟁과 관련,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재정정책 추진 시 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이른바 '로고프 독트린'을 고집한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신용등급 추락 등과 같은 신뢰 위기에 봉착하고,재정 지출을 통한 부양 대책은 그만큼 민간 지출을 감소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로 경기가 의도했던 대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미국 등은 최근처럼 경기회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두면 1930년대 대공황처럼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다면 누진적인 조세 구조를 가진 국가일수록 재정 수입이 증가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크루그먼 독트린'이다.
둘째 논쟁과 관련,통화정책 대상은 원칙적으로 증시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신념이었다.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 고려한 저금리 정책으로 한때는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위기를 풀어가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수익을 겨냥한 각종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실물경기와 자산 가격이 따로 노는 정도가 심한 여건에서는 반드시 자산시장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독트린'의 핵심이다.
다행히 재정정책 우선순위 논쟁과 관련해서는 재정적자와 경기부양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대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 중인 '페이-고(pay-go)' 원칙과,간 나오토 내각이 일본 경제 부활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간지언 정책'이다.
'페이-고' 원칙은 재정지출 총량은 동결하되 지출 내역에 있어 부양효과가 적은 쪽은 삭감(pay)하고,그 삭감분으로 부양효과가 큰 쪽으로 밀어(go) 주면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적자도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클린턴 행정부가 이 원칙을 추진해 재정과 물가안정 속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낳았다.
'페이-고' 원칙보다 더 적극적인 '간지언 ' 정책은 일본 총리의 성(姓) '간(Kan)'과 '케인시안(Keynesian)'을 합성한 용어다. 세금과 재정지출을 동일한 규모로 늘리면 균형재정 승수효과로 부양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재정수입도 늘어 재정적자까지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간지언 정책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통화정책 대상 논쟁에선 갈수록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상 논거로 주목받는 '오쿤의 법칙(Okun's rule)'에 비춰볼 때 올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률은 잠재수준을 웃돌 정도로 '인플레 갭'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등을 감안해 연방기금금리를 장기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FRB의 방침이다.
또 상반기 지급준비율 인상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해 글로벌 경기와 증시에 부담을 줬던 중국 정부도 최근 들어선 그 강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미 원자바오 총리는 향후 경기대책 추진 시 침체된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할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달 중순 이후 좋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증시가 이르면 올 여름 휴가철 이후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월가를 중심으로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기부양과 재정적자를 함께 풀어가고,자산시장을 감안해 출구전략과 정책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해 나간다면 증시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여건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쌍둥이 독트린' 논쟁과 대안으로 제시되는 새로운 정책수단들은 갈수록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고,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해외 동향을 감안해 국내 현실에 맞는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sn@hankyung.com
첫째 논쟁과 관련,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재정정책 추진 시 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이른바 '로고프 독트린'을 고집한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신용등급 추락 등과 같은 신뢰 위기에 봉착하고,재정 지출을 통한 부양 대책은 그만큼 민간 지출을 감소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로 경기가 의도했던 대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미국 등은 최근처럼 경기회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두면 1930년대 대공황처럼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다면 누진적인 조세 구조를 가진 국가일수록 재정 수입이 증가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크루그먼 독트린'이다.
둘째 논쟁과 관련,통화정책 대상은 원칙적으로 증시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신념이었다.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 고려한 저금리 정책으로 한때는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위기를 풀어가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수익을 겨냥한 각종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실물경기와 자산 가격이 따로 노는 정도가 심한 여건에서는 반드시 자산시장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독트린'의 핵심이다.
다행히 재정정책 우선순위 논쟁과 관련해서는 재정적자와 경기부양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대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 중인 '페이-고(pay-go)' 원칙과,간 나오토 내각이 일본 경제 부활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간지언 정책'이다.
'페이-고' 원칙은 재정지출 총량은 동결하되 지출 내역에 있어 부양효과가 적은 쪽은 삭감(pay)하고,그 삭감분으로 부양효과가 큰 쪽으로 밀어(go) 주면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적자도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클린턴 행정부가 이 원칙을 추진해 재정과 물가안정 속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낳았다.
'페이-고' 원칙보다 더 적극적인 '간지언 ' 정책은 일본 총리의 성(姓) '간(Kan)'과 '케인시안(Keynesian)'을 합성한 용어다. 세금과 재정지출을 동일한 규모로 늘리면 균형재정 승수효과로 부양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재정수입도 늘어 재정적자까지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간지언 정책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통화정책 대상 논쟁에선 갈수록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상 논거로 주목받는 '오쿤의 법칙(Okun's rule)'에 비춰볼 때 올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률은 잠재수준을 웃돌 정도로 '인플레 갭'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등을 감안해 연방기금금리를 장기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FRB의 방침이다.
또 상반기 지급준비율 인상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해 글로벌 경기와 증시에 부담을 줬던 중국 정부도 최근 들어선 그 강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미 원자바오 총리는 향후 경기대책 추진 시 침체된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할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달 중순 이후 좋은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증시가 이르면 올 여름 휴가철 이후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월가를 중심으로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기부양과 재정적자를 함께 풀어가고,자산시장을 감안해 출구전략과 정책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해 나간다면 증시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여건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쌍둥이 독트린' 논쟁과 대안으로 제시되는 새로운 정책수단들은 갈수록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고,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해외 동향을 감안해 국내 현실에 맞는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s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