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호화청사를 짓느라 재정을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한 뒤 결국 빚을 못 갚겠다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도덕적 해이는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남유럽 국가들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중심에는 만연한 도덕적 해이가 자리잡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손실을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부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행하는 무모한,혹은 모험적 행위를 말한다. 보통 도덕적 해이를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발생하는 시장실패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스스로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방법들을 마련해 간다.

보험시장에서 적용되는 위험기준 보험률과 차입자의 과도한 위험을 막기 위해 일정 자본금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그 실례다. 소송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성공보수금을 주기로 계약을 맺는 이유는 변호사가 소송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수임료만 챙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택시회사에서 월급제가 아닌 사납금 제도가 운용되는 것 역시 기사가 일을 하지 않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도덕적 해이는 실제로 자유시장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시장참가자를 보호해줄 경우에 기승을 부리면서 악화된다.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은행을 지원하면 경영이 잘못되더라도 정부로부터 비호받을 것이란 믿음으로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위험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행위가 증폭된다.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한보철강 · 기아자동차 사태,신용카드사 문제,신용불량자 양산 등에서 나타난 수많은 도덕적 해이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금융기관의 탐욕,즉 도덕적 해이다. 그런데 그러한 도덕적 해이를 발현시키고 증폭시킨 것은 미국 정부의 주택정책과 금융기관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었다. 미국 정부는 은행으로 하여금 저소득층에 대한 모기지 대출을 장려하고,정부보증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으로 하여금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구입하도록 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정부를 믿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대거 사들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그로 인해 주택가격이 폭등해 거품을 이뤘다. 결국 주택가격은 붕괴됐으며,서브 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도 마찬가지다. 유로존의 각국은 구조상 방만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려는 강한 유인이 존재한다. 사회복지 등에 대한 과다한 지출로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매우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에 가입한 덕택으로 독일 금리에 접근할 정도로 금리가 하락했다. 그리스 정부는 위기 시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보증을 믿고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가며 정부 지출을 늘렸다. 과다한 부채는 결국 재정위기를 초래했다.

성남시의 도덕적 해이도 역시 정부 지원에 근거한다. 현재 지자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정부가 지원할 뿐만 아니라,지자체 채권을 정부가 대부분 구매해 준다. 지자체들은 채권을 발행하며 마구잡이로 사업을 벌인다. 지자체의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려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경제주체 스스로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는 많은 것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그리스와 같이 경제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안재욱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