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 발표가 연기된 이후 주택시장에서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 속에 거래 부진이 계속되면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 차이만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혹 나오는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고 있다.

25일 입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내달부터 10월까지 5942채가 집들이를 하는 이곳은 분양가보다 5000만원 이상 싼 대형 평형 매물이 널려 있지만 매수세를 찾아보기 힘들다. 식사동 D공인 관계자는 "한동안 조용하다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문의전화가 늘었었는데 발표가 연기된 이후엔 문의가 다시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인근의 K공인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선 가격을 더 낮춘 매물이 간혹 나오고 있으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돼 이마저 소화되지 않는다"며 "내달 입주를 앞두고 물량압박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정부 대책마저 늦어지면 큰 폭의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입주가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시 동천 · 상현 · 성복동 등지도 거래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2~3일 사이 동천동 현대2차홈타운 122㎡는 500만원 내린 3억7500만~4억3500만원 선을 보이고 있으나 매물만 쌓이고 있다.

성복동 S공인 관계자는 "1억원 이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가 많아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돼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 탓에 이자부담이 늘어난데다 정부의 대책발표도 미뤄져 투자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36㎡는 지난 주말 1000만원 낮은 6억3500만원대 매물이 등장했으나 거래가 여의치 않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악화일로인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변수가 없다"며 "아파트값이 떨어져도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아 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태철/이승우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