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화가 슈나벨에 도전하는 설치미술가 박찬경씨
미국의 '천재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와 동시대에 뉴욕에서 활동한 신표현주의 화가 줄리안 슈나벨은 영화감독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는 영화 '잠수종과 나비'로 2007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까지 받았다.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쿨과 이란의 쉬린 네샤트도 미디어 아트 작가이자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감독이다.

국내에서는 미디어 아트 · 설치 작가 박찬경씨(45 · 사진)가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영화와 공공미술의 접목을 시도한 장편 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안양에' 쵤영에 들어갔다.

'올드보이'와 '박쥐'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동생인 그는 '냉전'을 주제로 한 사진,영상 등의 미디어 작업을 해왔으며 2004년 패션업체 에르메스코리아가 제정한 에르메스미술상을 받았다.

45분짜리 다큐멘터리 '신도안'(2008년)과 북한 풍경을 담은 13분 분량의 '비행'(2005년) 등 단편 영상물도 제작했다. 장편 영화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영화에 경기도 안양의 성장 과정을 담아 한국 도시의 역사와 현재,미래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이 영화는 안양시 만안구의 안양중초사지(安養中初寺地)를 발굴하는 60일간의 과정과 이곳에 사는 비구니의 일상을 좇는 '문화재의 역사',1988년 여성 근로자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섬유봉재공장 화재사건의 생존자를 찾는 '근대화의 기억' 등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그는 "서울에 인접한 안양은 보편적인 중소 도시의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압축판"이라며 배경 설정 이유를 밝혔다.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2010)'의 하나인 이 작품에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촬영 아이템과 등장인물,배경음악 등에 안양시민들이 대거 참여한다.

"영화 속에 안양예고 학생들과 지역 근로자들을 등장시키고 영화음악도 안양 출신 연주자의 음원과 지역 음악 동호회가 부른 노래를 쓸 예정입니다. "

그는 "이전 작품들이 미술적 측면을 부각시킨 기록 영상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대중적이면서 주관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라며 "발전된 안양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개발 과정에 얽힌 사건과 인물 등 다양한 픽션을 가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오는 9월4일~10월31일 안양에서 열리는 'APAP2010' 기간에 상영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